김아무개씨는 지난달 10일 저녁 8시30분께 부산 중구 창선동의 한 쇼핑몰 근처를 지나가다 길에 떨어진 검은색 지갑을 발견했다. 지갑 안에는 주인 백아무개(36)씨의 명함과 신분증, 현금 80만원이 들어있었다. 김씨는 쇼핑몰 1층 안내창구에서 일하고 있던 보안요원 이아무개(24)씨한테 “길바닥에서 주웠다. 주인을 찾아 달라”며 백씨의 지갑을 맡겼다. 이어 김씨는 백씨의 명함에 있던 연락처로 “지갑을 쇼핑몰 보안요원한테 맡겼다”고 연락했다.
백씨는 서둘러 이씨를 찾아가 김씨가 맡긴 지갑을 돌려달라고 했다. 지갑에 있던 돈은 임신한 백씨 아내의 병원 진료비였다. 하지만 이씨는 “업무 중 지갑 분실 접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백씨는 “지갑은 찾았느냐. 돈은 지갑 안에 그대로 들어있었다”는 김씨의 연락을 받았다. 백씨는 다시 쇼핑몰로 찾아가 이씨한테 자신의 지갑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씨는 분실지갑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가 난 백씨는 이씨가 자신의 지갑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분실지갑 접수 여부를 캐물었지만, 이씨는 접수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경찰이 쇼핑몰 폐회로텔레비전에서 보안요원 이씨가 김씨한테 백씨의 지갑을 건네받은 장면 등 증거를 들이밀자, 이씨는 그제야 범행을 인정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카드 연체대금과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갑자기 눈이 멀었다.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8일 절도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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