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지난 4일 대전중부경찰서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놀이교실(위), 교육연극 교실(아래)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범죄예방교실 등 운영하다
아예 무료교실을 차렸다
한국말스피치·교육연극 등 다채
엄마·아이들에 인기만점
“애들도 가자고 성화
수업 빠질 수가 없어요” 활짝
아예 무료교실을 차렸다
한국말스피치·교육연극 등 다채
엄마·아이들에 인기만점
“애들도 가자고 성화
수업 빠질 수가 없어요” 활짝
지난 4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한 강의실. 어린이 10명이 둥글게 앉아 있다. “입분이가 갑분 아가씨가 돼서 김판서댁으로 시집가는 것이여. 알았죠?” 한 여자아이가 동화 <시집가는 날>의 내용을 몸까지 배배 꼬며 더듬거리자, 교실은 이내 웃음바다가 된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자신감 쑥쑥! 어린이 교육연극’의 수업 장면이다.
김선희(53) 교사는 “대사를 틀려도 좋으니 큰 소리로 말하라”고 아이들을 도닥인다. 누군가 연신 셔터를 누른다. 대전중부경찰서 이부옥 외사관이다. 그는 수업을 마치면 아이들에게 기념 앨범을 나눠줄 참이다.
주부들의 웃음소리가 옆방을 넘는다. 다문화가정 주부 15명의 한국어 시간이다. “가갸거겨고교구규….” 모두 열심이다. 결혼 8년차 ‘필리핀댁’ 최빛나(32)씨는 이미 수준급이다. 최씨는 중부경찰서에서 통번역 봉사를 하다 ‘꿈 싣고 출발’ 다문화 교실을 찾게 됐다.
중부서는 범죄예방교실·운전면허교실 등을 통해 다문화가정과 소통하다 지난해 12월 대전평생교육진흥원과 격주로 무료 다문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중부서는 다문화 주부 대상 설문을 거쳐 선호도가 높은 요가, 손발마사지, 한국말 스피치, 이미지 스타일링, 자아 발견, 취업 특강 등의 강좌를 개설했다. 다문화 자녀들을 위해 교육연극과 놀이교실, 만화 캐릭터 그리기 등도 준비했다.
지난 2월 시작한 중부서 다문화 교실은 인기 만점이다. 김아무개(38)씨는 “다문화 교실이 많지만 공공기관에서 꾸준히 재밌게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한국에 와서 어려울 때 의지할 데가 거의 없는데 경찰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엄마들이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6년차 ‘네팔댁’ 김라희(40)씨는 “아들이 6살인데, 토요일만 되면 교육원 놀이교실에 가자고 성화다. 아이 때문이라도 수업에 빠질 수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다문화 교실을 뿌리내린 고창복·이부옥 외사관은 다문화 주부들의 가족 같은 존재다. 운전을 하다가 길을 못 찾아도, 아이 문제로 걱정이 생겨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고 외사관은 “우리가 내민 손을 고맙게도 어머니들이 붙잡아주었다. 의지할 데 적은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의 좋은 경찰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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