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폭행 하려다 살해 뒤 지갑 훔쳐” 자백 받아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등산로에서 50대 여성 등산객의 돈을 빼앗고 숨지게 한 혐의(강도살인)로 13일 구속된 정아무개(45)씨의 애초 범행 목적이 성폭행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이 밝혔다.
의정부경찰서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피의자 정씨에 대한 디지털증거분석, 거짓말탐지기, 현장 정밀분석과 실험 등 수사를 한 결과, 정씨가 성폭행 목적으로 범행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14일 발표했다. 정씨는 그동안 “금품을 빼앗으려고 피해자를 폭행했고, 쫓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바지를 내렸으나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디엔에이(DNA) 분석 등으로도 성폭행을 입증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에 경찰은 이번 사건을 금품을 노린 살인사건으로 잠정 결론내고, 정씨에 대해 강도살인 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 추가 조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지난 13일 오후 정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했는데, “성폭행을 시도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한 정씨의 답변이 모두 거짓으로 나왔다. 또,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현장에서 정씨의 진술대로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피해자가 움직임이 없어 상하의를 반쯤 내리고 바로 도망쳤다”는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이렇게 사건 현장에 대한 정밀분석과 재연 실험, 피의자의 진술상 모순점 등을 집중 추궁하자 정씨는 “성폭행도 하고 돈도 뺏으려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목을 조르고 머리를 때린 뒤 옷을 벗겼는데 미동이 없어 지갑만 빼서 도망쳤다”고 자백했다.
정씨의 휴대전화 검색기록도 추가 혐의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됐다. 정씨는 범행 직전까지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을 수시로 검색했는데, 이를 증거로 보여주자 부인했던 범행 동기를 인정했다.
정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께 사패산 호암사 100여m 부근에서 등산객 정아무개(55·여)씨를 목을 조르고 때려 숨지게 하고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금품을 훔친 것으로 확인돼 강간살인 및 절도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의정부경찰서는 15일께 현장검증을 통해 피의자 범행 경위와 진술의 신빙성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의정부/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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