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의 신평지역아동센터는 ‘장미처럼 시 백일장’을 열어 지난 10일 수상작을 선정했다. 장원으로 뽑힌 호아무개(9)양의 시 ‘장미 한송이 생명’.
“나에겐 장미 한송이 남아 있다/키워주지 않으면 말라서 떠나/생명이 날아갈 것처럼….”
충남 당진의 호아무개(9)양은 장미에게서 자신을 봤다. 호양은 지난달 처음으로 시란 걸 써봤다. 학교가 끝나면 찾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열린 ‘장미처럼 시 백일장’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주제는 ‘장미‘와 ‘어머니’. 호양은 ‘장미 한 송이 생명’이란 제목의 시를 썼다. “붉은 햇빛같은 장미/나비처럼 날아오르면 날 반겨주는 듯….” 정지원 신평지역아동센터장은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호양의 시를 보고 놀랐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호양에게 시 쓰기 재능이 있다고 여긴 정 센터장은 지역의 이인해 시인에게 소개했다. 호양은 매주 시인에게 시 수업을 받는다.
호양을 발굴한 백일장은 정 센터장의 작품이다. 지난달 시인으로 등단한 정 센터장은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열 100만원으로 아이들의 백일장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시 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학생 13명이 작품 30점을 냈다. 아이들은 솔직했지만, 또 솔직하진 못했다. 거침없이 욕을 쓴 아이도 있었다. 정 센터장은 “백일장에 나온 시를 읽으면서 ‘아이들 마음이 이렇구나’ 알 수 있었다. 특히 어머니라는 주제를 놓고 자기 가정의 상황을 숨기려는 모습들을 많이 보였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시를 쓴 13명 모두 상을 받았다. 쓴 마음을 중히 여겼다. 센터 교사들은 아이들의 시를 한지 위해 적고 종이 꽃을 붙여 시집을 만든 뒤 아이들에게 전했다.
최수현 당진시 여성가족과 주무관은 “지역아동센터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시 쓰기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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