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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귀촌인 ‘더불어 잘사는’ 구례 꿈꿉니다”

등록 2016-06-23 10:03수정 2016-06-23 11:05

민주노동당 서울시 환경위원장
2008년 ‘탈서울’ 결단하고 귀촌
지리산·섬진강 등 둘레길 ‘걷기’

어르신들 만나 ‘오만가지’ 정담
귀촌인들 갖가지 능력 활용 고민
“소통의 장 절실” 지역신문 창간
‘구례신문’ 편집인 정태연씨

“구례는 지금 갈림길에 있습니다. 구례 원주민들의 지혜와 겸손함·관대함이라는 미덕과 도시에서 온 귀농귀촌인들의 신선한 에너지가 합쳐질 수 있느냐가 발전의 관건입니다.”

지난 10일 창간된 <구례신문>의 편집인 정태연(사진)씨의 말이다. 신문의 사시는 ‘더불어 잘 사는 구례를 만드는 언론’이다.

구례는 도시인들 사이에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꼽히며 인기를 끌어 그를 비롯한 귀농귀촌인이 지역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가 됐다. 2009년 이후 인구도 순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주민들과 귀농귀촌인들은 ‘데면데면’한 관계다. 2008년 귀촌한 그가 지역민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으로 신문 창간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문’이라는 광장을 활용해 서로 융합과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구례/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씨는 구례에 정착하기 전까지 진보정치운동을 했다. 특히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환경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이라는 도시 생활과 생태적 삶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늘 고민”해오다가 2008년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탈서울도 실천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귀촌해보니 더 바빴다. 2009년 5월 개교한 남원의 대안에너지학교 ‘지리산초록배움터’의 기획실장을 맡는 등 환경 관련 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새로운 길과 사람을 만나는 일에 적극 나섰다. 귀촌 직후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회원들과 함께 섬진강 걷기를 한 것을 시작으로, 연인원 1만명이 함께 지리산을 걷자는 ‘지리산 만인보’(2009년), 구례 지리산학교 아름다운길 걷기반(2010년부터~), 섬진강길 만들기(2011~12년),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지리산둘레길~섬진강길을 잇는 ‘한섬지 천리길 프로젝트’(2013~15년) 등 다양한 활동에 ‘선생님’이나 ‘기획위원’ 등으로 앞장서 참여했다.

프로젝트의 사전답사 등을 진행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을 만나고 안방에까지 들어가 “오만가지 얘기를 들었다.” 그럴수록 배움도 많았지만 안타까움도 커졌다. “구례에 대한 그들의 수많은 지식과 지혜가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등지든, 자식들이 있는 광주나 도시로 가든, 어른신들이 살던 집은 비어만 갑니다.”

귀농귀촌인들은 또 어떤가. “도시에서 온 이들에게는 토박이분들이 갖지 못한 전문적인 능력,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능력 역시 촌으로 오는 순간 개별적인 고민이 돼버립니다.” 재능을 함께 풀어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도 크다. 지역 어르신들은 새로 온 귀촌인에게 관심을 갖고 집을 방문하지만, 사생활 보호에 예민한 도시인들은 “왜 불쑥불쑥 남의 집에 들어오지” 하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단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들인데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원주민도 귀농귀촌인도 ‘구례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갈지’ 함께 고민하고 뜻을 모아 나가는 장으로 신문을 구상하게 됐죠.”

2014년 지역에서 사귄 ‘형님·동생’들과 ‘구례언론협동조합’을 만든 그는 <구들>(구례사람들)이라는 귀농귀촌 소식지부터 발간했다. 그 자신이 지리산 소식을 전하는 계간지 <지리산인> 편집위원을 오래 지낸 것도 도움이 됐다.

구례언론협동조합 자체가 원주민과 귀촌인들의 소통과 협력을 상징한다. 디자인, 사진 등은 재능 있는 귀촌인들이 맡았고, 이전에 ‘주식회사 구례신문’을 운영하던 지역 토박이 고연태씨가 ‘협동조합 구례신문’의 발행인으로 동참했다.

격주로 발행 예정인 타블로이드 16쪽의 ‘구례신문’ 창간호에는 언론인 홍세화씨의 특별기고와 이웃한 지역신문인 <순천광장신문> 김계수 발행인 등 각계 인사의 축사도 담겼다. ‘부활하는 구례향교’ 소식 등 주민들이 기자로 참여해 기고한 ‘주민기자단 뉴스’와 ‘시인 송태웅의 구례적응기’ 등 귀촌인의 칼럼도 눈에 띈다.

정씨는 “한편으로는 지리산과 섬진강 등 대자연의 소리를, 다른 한편으로는 귀농귀촌인들 중에서도 생계형 귀촌인, 지역 주민들 중에서도 노인이나 청소년·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발언 기회가 적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을 계획”이라며 “그를 통해 외형적인 성장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구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구례언론협동조합 회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는 “현재 발기인 포함, 30명 정도인 회원을 내년 창간 1돌 때까지는 300명 정도로 늘릴 참”이다. 구례 인구가 현재 2만7천여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1%를 조합원으로 만든다는 아름찬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구례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면에 넘쳐흐른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누구보다 구례를 깊이 경험하고 사랑해온 그의 자신감이 새로운 지역신문의 알찬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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