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기재판으로 구성원과 국민을 기만하는 상지학원과 김문기씨를 모두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문기(84)씨의 총장 복귀 등 상지대를 다시 분규 상태로 몰어 넣은 출발점이 된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상지학원 이사 선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정당성을 상실한 옛 재단 쪽 이사회를 정리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수립해야 한다”며 판결을 환영했다. 이들은 김씨의 총장 복귀 발판이 된 상지대 옛 재단 쪽 이사 8명 전원의 선임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해, 상지대 사태가 전환점을 맞을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23일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이사선임처분취소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지학원 정관은 9명의 이사 가운데 3명을 개방이사로 두도록 하고 있고, 개방이사는 대학평의원회 등에서 추천하는 추천위원회 위원들이 선임절차를 거쳐 선임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가) 개방이사 선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종전 이사 쪽 5, 학교 구성원 쪽 2, 교육부 2의 비율로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2010년 당시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상지대 옛 재단 쪽이 추천한 4명과 학교 구성원 추천 2명, 교육부 추천 2명을 정이사로 임명하고 옛 재단이 정이사를 1명 더 추천할 때까지 임시이사 1명을 두도록 했다. 이는 ‘학교법인은 이사 정수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이사를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사 가운데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한 사립학교법 14조를 어긴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은 2010년 “비리 재단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준 이사 선임과정이 부당하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여 만에 법적 승리를 거둬 상지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김씨 복귀의 발판이 된 옛 재단 쪽 등 이사 8명 전원의 선임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정균 상지대 교수는 “이번 판결의 의미는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상지대 뿐 아니라 여러 분규 사학의 운영권을 옛 재단 쪽에 돌려준 조처를 법원이 처음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김영삼 정권 출범 첫해인 1993년 ‘문민정부 사학비리 1호’로 상지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2004년 김씨가 ‘상지대 정이사 체제 전환을 무효화하라’며 소송을 냈고, 2007년 대법원이 김씨 손을 들어줬다.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이사 9명 가운데 4명을 김씨쪽 추천 인사로 구성하면서 김씨는 이사회를 장악한 뒤 2014년 총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이번 판결에 따라 2010년 위법하게 선임된 이사 뿐 아니라 이들이 선임한 현재의 옛 재단 쪽 이사들도 자동으로 선임이 취소된다. 교육부는 학교 안정을 위해 하루빨리 옛 재단 쪽 이사회를 정리하고 민주적이며 새로운 이사회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지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갈길이 멀다. 교육부가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등은 김문기씨 총장 복귀 뒤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D- 등급과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취소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만큼 교육부를 찾아 학교 정상화를 위해 대법원 상고 포기와 이사회 직무정지를 요청할 참이다.
허재현 기자, 원주/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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