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민주단체협의회가 27일 오전 7시40분 공주고 정문 앞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 흉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이 모교인 공주고등학교에 세워진다. 공주고 총동창회가 추진하는 ‘제이피(JP) 흉상 세우기’ 시도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자 살아 있는 정치인의 흉상을 공주의 상징 학교에 세울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주시 총동문회는 이날 오전 11시에는 충남 공주시 공주고등학교에서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 세우기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총동창회 쪽과 학교 쪽은 애초 정문 정원에 놓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공주고 뒤편 동문동산에 김 전 총리의 흉상을 세우기로 했다. 일단 동문동산에 둔 뒤 개교 100주년 기념 역사관이 학교 안에 들어서면 그 안으로 흉상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9일 제막식도 열기로 했다. 애초 흉상을 놓기로 했던 정문 정원 터는 지난해 김 전 총리가 공주고를 방문했을 때 직접 선정한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시민단체는 총동창회와 공주고 쪽의 결정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주시민주단체협의회는 이날 오전 공주고 정문 앞에서 흉상 건립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5·16 쿠데타, 굴욕적 한일협정 주역 제이피 흉상 건립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등교 시간에 맞춰 반대 선전전을 해 왔다. 또 공주고 3학년 교사들은 흉상 건립을 반대하며 지난 23일부터 정규 수업을 제외한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지도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주고 안 동문동산에 설치된 김종필 전 총리의 방문 기념석.
공주시민주단체협의회의 이상미(49)씨는 “5·16 쿠데타의 주역인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크게 갈린다. 심지어 아직 살아 있는 정치인의 흉상을 공주를 상징하는 고등학교인 공주고에 세우는 것을 공주시민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교조 세종충남지부는 성명을 내어 “미래세대의 주역을 양성하는 학교 교정에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한 인물의 흉상을 설치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미래의 교훈을 얻어야 하는 역사교육의 측면에서 매우 비교육적인 행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주고 총동창회 일부 회원들의 주도로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꾸려져 흉상 세우기가 추진됐으나, 학교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큰 반발로 제막식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공주/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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