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사칭해 여성에게 접근, 7400만원 가로챈 50대 남성 구속
인터넷 문서 위조 사이트에서 가짜 자격증 만들어
인터넷 문서 위조 사이트에서 가짜 자격증 만들어
지난해 2월24일 ㄱ(45·여)씨에게 낯선 남자로부터 만나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인터넷 재혼 소개 사이트에서 ㄱ씨의 프로필을 본 남자였다. ㄱ씨는 사이트에 들어가 이 남자의 프로필을 확인해봤다. 이름은 김아무개, 나이는 51살, 직업은 약사였다. 약사 가운을 입은 그의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나흘 뒤 ㄱ씨는 김씨와 만났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ㄱ씨에게 약사 자격증과 유명 약학대학 졸업장을 보여줬다. 약국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까지 내밀었다. ㄱ씨는 김씨가 약사라고 굳게 믿었다. 곧 둘의 연애가 시작됐다.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김씨는 ㄱ씨에게 돈을 조금 빌려달라고 했다. 현재 운영하는 약국을 팔려고 하는데 매매가 안 된다고 했다. 잠깐이면 된다고 했다. 그해 3월16일 ㄱ씨는 김씨에게 2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씨는 계속해서 ㄱ씨에게 돈을 빌렸다. 약국이 곧 처분되면 수십억이 생긴다고 했다. 그렇게 그해 12월23일까지 김씨는 ㄱ씨에게 70여 차례나 돈을 빌려 갔다. 빌려준 돈은 어느새 74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김씨는 해가 바뀌어도 돈을 갚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ㄱ씨는 경찰에 김씨를 사기죄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됐고, 김씨의 실체는 금방 드러났다.
김씨는 특별한 직업도, 약사 자격증도 없었다. 과거에 10년 정도 약국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게 전부였다. 유명 약대 졸업장도 없었다. 대신 그는 중학교 졸업장을 갖고 있었다. 약사 자격증, 약대 졸업장, 사진, 동영상이 모두 가짜였다. 김씨는 경찰에 “인터넷 문서 위조 사이트에서 약사 자격증을 위조했다”라고 털어놨다. 그가 ㄱ씨에게 말한 것 중 유일한 사실은 10여 년 전 이혼한 ‘돌싱’(돌아온 싱글)이라는 것뿐이었다.
피해자는 ㄱ씨뿐만이 아니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약국 종업원으로 일하며 알게 된 ㄴ(43)씨에게도 5160만원을 빌려 갚지 않았다. 김씨는 ㄴ씨에게도 “약국에 투자한 돈이 있으니 나중에 1억원을 주고 외제차 한대도 사주겠다”라고 속였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23일 김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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