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 포장마차가 철거되고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춘천시 제공
27년 동안 서민들의 애환이 살아 숨쉬던 강원 춘천의 ‘공포’(공지천 포장마차촌)가 주차장으로 변신했다. 시민들은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이다.
춘천시는 다음 달 1일부터 공지천 포장마차촌 터에 132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부터 12억원을 들여 공지천 포장마차촌 3800㎡에 주차장을 조성해왔다. 주차장에는 공공 화장실과 음수대 등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공지천 포장마차촌은 1989년 도심 가로정비 정책의 하나로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포장마차 49곳을 지금의 공지천 도로 옆 시유지로 집단 이전하면서 형성됐다. 당시에는 주변에 춘천시외버스터미널이 있고 춘천 유명 관광지인 공지천 등도 가까워 춘천시민은 물론 관광객들로 부터 춘천의 명물 ‘공포(공지천 포장마차)’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유흥업소 등은 심야영업 제한 조처가 이뤄졌지만, ‘공포’는 단속을 피해 심야에는 불야성을 이뤘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이 지금의 온의동으로 이전하고, 중심 상권도 퇴계동·석사동으로 옮겨가면서 점차 시민들의 발길이 끊겼다. 2005년 12곳, 2011년 9곳이 불에 탔지만 무허가 가건물인 탓에 신·개축을 하지 못한채 방치돼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12곳 정도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손아무개(52)씨는 “90년대 초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에는 퇴근 뒤 공지천 포장마차에 모여 우동 한 그릇과 소주 한 잔에 허기와 삶의 애환을 달래곤 했다. 없어졌다는 소식에 뭔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병섭 춘천시청 가로정비담당은 “포장마차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만성적인 주차난을 덜어줄 공공 주차장으로 탈바꿈한만큼 공지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많은 이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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