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누출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 마을 주민들이 지난 29일 마을회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정리 주민 제공
금강유역환경청 등 환경당국이 불산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충남 금산 램테크놀러지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고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4일 오후 이 업체에서 누출된 불산에 노출돼 불산 공포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공장폐쇄와 업체·환경당국 등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불산을 누출한 램테크놀러지가 7가지 현행법(화학물질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고, 업체에 경고와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금강유역환경청과 한국환경공단 등의 합동조사에서, 이 업체는 위해관리계획서 거짓 제출(41조), 화학사고 즉시 신고규정 위반(43조), 위해관리계획에 따른 응급조치 미이행(43조), 사고대비 물질 관리기준 위반(40조), 운반계획서 미제출(15조), 자체점검대장 미작성(26조), 운반관리대장 미작성(제50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사고가 난 제2공장의 도면을 빼놓고 위해관리계획서를 제출했고, 화학물질안전원은 거짓 제출된 계획서를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환경공단은 2014년 8월 해당 업체에서 불산 누출이 일어난 뒤 그해 12월 안전진단컨설팅을 진행했고, 지난해 9월과 12월 2차례에 걸쳐 정기검사를 해 지난 4월부터 공장의 불산 공정 재가동을 승인해줬다.
하지만 공장 가동 2개월 만에 다시 불산이 누출되면서 환경당국의 무능과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환경청은 지금까지 4차례 누출 사고를 낸 공장이 가동을 재개한 지난 4월 이후 한 차례도 관리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봉우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장은 “최근에 점검을 나가진 않았다. 2014년 8월 사고가 난 뒤 올해 4월까지 해당 업체의 불산 공정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해 환경공단이 정기검사 등을 했다”고 말했다.
황규식 금산군 조정리 이장은 “2014년 불산이 누출된 뒤 환경당국은 주민들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공장을 재가동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또 불산이 누출됐다. 위해관리계획서를 거짓으로 제출한 사실을 사고가 나기 전까지 몰랐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가 환경당국의 관리점검을 어떻게 믿겠나. 부도덕한 업체만큼이나 무능력한 환경당국 역시 이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오후 이 업체에선 불산과 물 400㎏ 상태의 불산 100㎏이 누출(경찰·환경청 등 추산)돼 주민 수십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금산경찰서는 이 업체의 사고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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