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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라로 돌아가라” 말에 극단행동 한 이유

등록 2016-07-04 17:15수정 2016-07-04 19:19

베트남선원 선상살인 부른 고용구조

베트남선원이 송출업체 낸 보증금
4인가족 1년치 생활비 달해
사고쳐 하선하면 돌려받지 못해

똑같이 일하고도 최저임금도 안돼
외국인선원 관리, 정부는 뒷짐
선상 살인 사건이 발생한 ‘광현803호’.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선상 살인 사건이 발생한 ‘광현803호’.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지난달 인도양에서 조업하던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발생한 베트남 선원들의 한국인 선장 등 살인 사건은 언어 차이에 발생한 오해와 외국인 선원한테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4일 “광현803호 베트남인 선원 ㄱ(32)·ㄴ(32)이 술자리에서 벌인 다툼에 앙심을 품고 양아무개(43) 선장과 강아무개(42) 기관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밝혔다.

양 선장은 지난달 19일 밤 10시께 회식자리를 마련해 선원들과 양주 5병을 나눠 마셨다. 술에 취한 ㄱ·ㄴ이 양 선장한테 “요”라고 말했다. ‘요’는 베트남말로 건배를 뜻하는데, 양 선장은 욕설로 오해했다. 양 선장은 ㄱ·ㄴ이 지난달 초 배가 항구에 입항했을 때 자신한테 보고도 없이 손전화를 고치러 간 사실 등 근무태도를 지적하며 “그럴 거면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고, ㄱ은 양 선장의 멱살을 잡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어 양 선장이 조타실에서 선내 방송으로 베트남 선원 7명을 불러 모으자 ㄱ·ㄴ이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아무개(50) 항해사가 이들을 제압했다.

왜 베트남 선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극단적 행동을 했을까.

외국 민간 송출업체는 자국에서 선원을 모집해 한국 민간 송입업체를 통해 원양선사에 선원을 취업시켜 조업 현장에 투입한다. 송출업체는 선원한테 신원보증 성격으로 소개비와 담보(물)를 받는데, 선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담보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ㄱ·ㄴ도 300만원을 내고 지난해 2월 광현803호에 승선했다. 이 돈은 베트남에서 4인 가족 1년 생활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기준 한국 국적 원양어선은 220척인데, 한국인 선원 1492명·외국인 선원 3374명이 일하고 있다. 선사의 한 관계자는 “좁은 배 안에서 한국인·외국인 선원이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문화적 갈등과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많지만, 선원 통솔은 선장의 재량에 맡긴다”고 말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 관계자는 “원양어선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은 선사 등이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을 따로 관리하는 기관이나 제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원의 임금 차별 문제도 갈등에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수부가 정한 올해 한국선원 최저임금은 164만1000원이다.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선원법에 따라 선주협회와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정한다. 원양선사들이 설립한 한국원양산업협회는 올해 기준 36개월 이상 경력의 외국인 선원 월평균 최저임금을 614달러, 그 이하의 외국인 선원은 457달러로 책정했다. 선사마다 급여가 제각각이지만,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의 한달 급여는 1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간 제한이 없고, 시간외수당 등이 인정되지 않는 원양산업의 특성상 한국인 선원들은 어획량에 따라 성과급 성격으로 지급되는 보합제(생산수당)의 적용을 받는데, 외국인 선원은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만 받고 있다. 한국인 선원과 함께 일하는 외국인 선원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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