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집회·시위 청정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5일 오후 대구시청 본관 정문 앞 광장이 한산하다.
대구시가 시청 본관 앞 광장에서 집회·시위는 물론 기자회견과 1인 시위까지 모두 금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대구시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대구시는 4일과 5일 잇따라 보도자료를 내어 “시청 광장을 ‘집회·시위 청정구역’으로 지정해 올바른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대신 시청 광장 도로 건너편 인도를 집회·시위 장소로 지정해 합법적인 집회를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시청 광장은 장기간 또는 장시간 시위로 시청을 출입하는 시민과 민원인이 상당한 불편을 겪어왔으며 주변 시민들도 소음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해왔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구시 총무과장은 “시청 현관 앞 공간은 울타리가 없다 뿐이지 화단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청사 내부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 이곳에서 집회·시위 등을 하면 퇴거요청을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장소를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의사당, 대통령 관저 등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대구시청처럼 일반적인 공공기관은 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 집회·시위는 관할 경찰서에 개최 48시간 전까지 신고해야 하지만,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대구시의 이런 목표는 달성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시민 간의 대립과 갈등, 행정력 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시청 광장에서의 집회, 시위,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내어 “마땅히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시민들이 피켓 하나 들고 호소할 공간마저 치워내겠다는 발상은 누구를 위한 맑고 깨끗함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소통해 시청 광장에 설 수밖에 없는 이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올바른 시정”이라고 비판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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