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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태백 세트장 애초 예산의 10분의 1 규모 축소

등록 2016-07-06 16:54수정 2016-07-06 21:20

이달말 내부공사 마무리…관광객 “찾기도 어렵고 볼게 없어요”
강원 태백시가 조성하고 있는 <태양의 후예> 태백세트장. 메디큐브와 군부대 막사 등이 들어섰으며 3일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강원 태백시가 조성하고 있는 <태양의 후예> 태백세트장. 메디큐브와 군부대 막사 등이 들어섰으며 3일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드라마에서 봤던 유시진·강모연의 사랑이 싹튼 우르크 태백부대를 상상하고 3시간 넘게 달려 왔는데 너무 초라하네요. ”

지난 3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통동 옛 한보탄광 터에 조성 중인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 세트장 공사 현장에서 만난 김아무개(48·인천)씨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여행을 왔다는 김씨는 “네비게이션에 ‘태후’ 태백세트장을 치면 엉뚱한 곳을 알려줘 한참을 헤맸다. 제대로 된 안내판 조차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남편과 세트장을 찾은 박아무개(63)씨도 “태백 여행을 온 김에 근처에 ‘태후’ 세트장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사람도, 볼거리도 너무 없어 을씨년스럽다”고 말했다.

‘태후’ 세트장은 지난해 11월 촬영 종료와 함께 철거한 애초 세트장 자리(옛 한보탄광 2공구)에서 5~10㎞떨어진 곳(옛 한보탄광 1공구)에 새로 만들고 있다. 이달안 개장을 위해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벌써부터 관광객이 세트장을 찾고 있지만 세트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네비게이션이 철거전 2공구 세트장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주변엔 약도 하나만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태백시는 지난달부터 ‘태후’세트장 공사를 벌여왔다. 태백세트장은 드라마에서 특전사 대위로 등장하는 송중기의 국외 파병지로 드라마 방영 내내 큰 관심을 모았다. 태백시는 재정위기 ‘주의’등급으로 떨어뜨릴 정도로 방만 투자의 상징처럼 여겨진 ‘오투리조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 2~4월 드라마 방영 때 최고 시청률이 40%에 육박하자 이미 허문 세트장 재건립에 나섰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4월 ‘태후’ 를 관광산업 활성화, 창조경제의 모범이라고 잇따라 치켜세운 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에서 줄지어 태백을 방문하자 태백시는 국비 지원을 포함해 20여억원 규모 세트장 건립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문화부가 지난 5월초께 “접근성 문제도 있고 국비를 들여 철거한 세트장을 다시 짓는 게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며 ‘국비 지원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태백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태백시는 애초 계획의 10분의 1도 안되는 1억7000만원의 자체 예산을 세워 세트장을 건립하고 있다. 하지만 세트장은 벌써부터 ‘흉내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트장엔 컨테이너로 만든 메디큐브(이동식 병원시설)와 군부대 막사 등만 들어선다. 드라마 주요 무대였던 성당 2곳 등은 그림판으로 대체되고, 드라마 속 송중기·송혜교 얼굴을 배경으로 사진조차 찍을 수 없다. 태백시 관계자는 “아직 초상권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말을 흐렸다.

홍성구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무턱대로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에 과열 투자하고 있다. 세트장은 지역성·고유성과도 관계가 없다. 이는 최근 관광 트랜드와도 맞지 않고 성공 사례도 별로 없다”고 조언했다.

태백시는 이달 20일께 내부 공사까지 마무리 할 참이다. 지난 4월14일 드라마가 끝난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세트장이 완공되는 상황이다. 김영표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태후의 인기는 사그라들 것이다. 세트장 인기가 처음엔 반짝하겠지만 유효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태백시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요즘에도 주말에는 500명 정도의 관광객이 꾸준히 태백 세트장을 찾고 있다. 지금은 국내 관광객 위주지만 일본과 동남아 쪽에 ‘태후’가 방영되면 국외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백/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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