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원 박정희 전 대통령 소재 뮤지컬, 결국 백지화?

경북도, ‘세금 낭비와 박 전 대통령 우상화 논란 의식’ 구미시에 뮤지컬 취소 제안

경북 구미 박정희로 107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근처에 세워져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경북도가 경북 구미시에 28억원 짜리 박정희 전 대통령 뮤지컬 제작 사업을 취소하자고 제안했다. 구미시도 뮤지컬 제작을 취소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 뮤지컬 제작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일 경북도, 구미시, 구미경실련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북도는 지난 5일 구미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 뮤지컬 제작을 취소하자고 제안했다. 구미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낭비와 박 전 대통령 우상화 논란이 커지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미경실련은 경북도에 뮤지컬 제작을 취소하고 대신 베토벤 영웅 교향곡과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경북도가 내부 검토 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구미시에 제안했다. 박 전 대통령 뮤지컬 제작은 구미시가 추진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구미시와 경북도가 각각 절반씩 부담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경북도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뮤지컬 제작 취소가)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내년 11월14일 ‘박정희 대통령 제96회 탄신제’를 기념해 박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뮤지컬 <고독한 결단>(가칭) 제작을 추진해왔다. 구미문화예술회관에 뮤지컬을 올리고, 이후 전국 순회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미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이를 두고 세금 낭비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 구미기독교청년회(구미YMCA)가 지난 5월27일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에 맡겨 실시한 여론조사(500명)에서 구미시민 응답자의 70.9%가 박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제100회 탄신제 행사에 대해서는 76.8%가 ‘과하다’라고 답했다.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이제 남유진 구미시장의 ‘고독한 결단’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지금까지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 건립(58억5000만원),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286억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870억원),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200억원) 등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사업에 예산을 쓰거나 쓸 계획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남유진(63) 구미시장은 지난 2013년 11월14일 ‘박정희 대통령 제96회 탄신제’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반은 신, 반은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김관용(74) 경북도지사와 함께 대구·경북에서 대표적인 ‘친박’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꼽힌다.

글·사진 구미/김일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