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백마역 인근 백마지하차도 공사가 두달 넘게 설계도면도 없이 진행되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263m로 계획된 백마지하차도는 몇 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186.5m나 축소된 76.5m짜리로 추진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경사도가 기존 8%에서 지하차도 기준 한계치인 13%로 높아져 안전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고양시 백마마을 4단지와 백송마을 6단지 주민들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시행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지하차도 실시설계 도면을 요구해, 공단 쪽으로부터 ‘현재 설계중’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18일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설계도면도 없이 지하 굴착작업과 도로 콘크리트를 파헤치는 위험천만한 불법 공사를 저지르고 있다”며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에 즉각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건축전문가인 주민 홍아무개씨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단축공사는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 불가피할 경우에 한하며, 이런 공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시작된 5월초부터 석달째 아파트 입구 공사현장에서 반대시위를 이어온 주민들은 최근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한겨레> 6월1일치 14면)
백마지하차도는 백마역을 가로질러 일산새도시와 풍동을 잇는 길이 760m로 2007년 경의선 복선전철화 당시 계획됐으며 사업비 190억원 중 130억원 가량이 집행됐다. 이 사업은 2009년 착공뒤 소음·진동 피해를 호소하는 백송마을 6단지 주민 반발로 2011년 11월 공정률 6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었다.
고양시는 6·4지방선거 무렵 파헤친 도로를 복구해 주민들이 ‘경축, 공사중단’이란 펼침막까지 내걸었으나 올해 총선이 끝난 뒤 기존축소안에서 27.5m 더 줄여 공사를 재개시켰다. 비대위는 이후 진출입로가 백마4단지와 백마중 정문 앞으로 변경돼 안전사고, 교통혼잡 우려가 더 커졌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양시는 지난해 백송 주민과 철도시설공단의 지하차도 축소 요청에 “차도를 줄일 경우 종단경사가 부적합(8%→12.3%)하며, 시야 확보불량으로 교통사고 위험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거듭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년도 안지나 지하차도 기준 한계치(최대 13%)조차 넘는 13.57%의 급경사안에 동의해줬다.
한옥조 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은 “학교 정문앞에 지하차도가 건설되기는 전국 최초라 어떤 형태의 피해가 발생할지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완공되도 연결도로(340m)가 없어 몇년 동안 개통하지 못하므로 공사를 멈추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시설 공사를 해왔으며 구조물 공사는 곧 완성되는 설계도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주연 고양시 철도교통팀장은 “속도를 30㎞로 제한하면 경사도를 13%로 해도 안전상 문제가 없다. 일단 올안에 완공한 뒤 내년까지 연결도로 보상을 마치고 2018년말에 개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