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일 대전예지중·고교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이새솔 교사의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은 학교 쪽이 조기방학을 실시하고 학교문을 잠그자 천막교실을 열었다.
학교 뒤 주차장에 천막 6개
“뻔히 교실이 눈 앞에 있는데”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일 대전예지중·고교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이새솔 교사의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은 학교 쪽이 조기방학을 실시하고 학교문을 잠그자 천막교실을 열었다.
“뻔히 교실이 눈 앞에 있는데”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일 대전예지중·고교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이새솔 교사의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은 학교 쪽이 조기방학을 실시하고 학교문을 잠그자 천막교실을 열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일 한낮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가운데 대전시 서구 괴정동 예지중·고등학교 뒤 주차장에 천막 6개가 세워졌다. 이곳에서 만학도 100여명이 학년별로 모여 수업했다.
“6·25 때 피란민들이 학교로 들어와 운동장에서 수업한 게 66년 전이여. 더워서 힘드네.”
김아무개(76·중1)씨는 국민학교만 나온 게 한이었는데 남편과 아들이 학비는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원없이 해보라고 응원해 올해 이 학교에 입학했다. 김씨는 “배우는 즐거움에 관절염과 위장병도 잊었는데 천막교실에 나앉았다. 어릴 적 전쟁통에 야외수업은 어쩔 수 없었다지만 뻔히 교실이 눈앞에 있는데 학교가 문을 걸어 잠가 내쫓긴 게 더 억울하다”고 했다.
옆 천막은 1초도 허투루 낭비할 수 없는 고3 주간반 교실이다. 담임인 이새솔(33) 교사가 열강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수업은 깔개를 깐 콘크리트 바닥을 의자 삼고, 교사들이 나눠준 인쇄물을 교재 삼아 진행됐다.
학교가 지난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조기방학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자 배움을 이으려는 학생·교사 등이 천막교실을 열었다. 부채를 부치고, 머리에 물수건을 덮어썼지만 푹푹 찌는 무더위에 샤워를 한 듯 땀이 흘러내렸다.
고3반은 이번달 말에 기말고사를 치러야 수시에 원서를 낼 수 있다. 이들은 입시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정아무개(53)씨는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노후에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 정시보다는 수시가 대학 가기 수월한데 학교가 방학을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아무개(65)씨도 “한시가 급한데 600여 학생들이 길바닥으로 내쫓겼다. 제대로 수업해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데…”라고 한탄했다.
교사들도 답답해했다. 수업도 해야 하고 기말고사도 치러야 하지만 이달 말까지 학생부를 정리해야 8월 말까지 입력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27개 교육·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예지학교 천막교실은 사태를 악화시킨 설동호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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