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환자로 건강보험금 57억 가로채
의료인이 아닌데도 의료인 명의로 병원을 불법 개설해 영업하는 ‘사무장병원’을 차리고 가짜 환자를 입원시키는 수법으로 보험금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3일 한의사와 짜고 한방병원을 차린 뒤 가짜 환자를 입원시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 57억여원을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전북 김제의 ㄱ한방병원 기획실장 배아무개(3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한의사(60)와 이사장(61)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실제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는데도 신상정보를 제공해주고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19억여원을 타낸 환자 16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배씨 등은 2013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김제에 한방병원을 차린 뒤 환자들을 서류상으로만 입원시켜 건강보험금 5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사고 있다. 이들이 건강보험공단에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한 횟수는 5950차례에 이른다.
가짜 환자들 가운데 많게는 2년 동안 434일을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자신이 가입한 생명·상해보험금을 챙겼다. 병원 기획실장 등은 욕실에서 살짝 미끄러지거나 운동하다 경미하게 다쳐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도 가짜 환자 행세를 권유했다.
환자 일부에게는 성형시술을 권하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진단명을 조작해 공짜 성형시술도 해줬다. 입원한 환자 대부분은 전업주부로 ‘노화방지·주름제거’ 등 미용에 관심이 많은 심리를 이용했고, 지인들에게 ‘아프거나 다치면 연락해라, 장기간 입원시켜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진구 전주완산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사무장병원은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원하는 경우가 많아 과잉 진료 또는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 선량한 시민들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하는 불법을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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