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의 희생자인 고 이병학군의 아버지 이후식씨가 참사 3주기를 앞둔 지난달 15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항 인근 사고 현장을 찾아 국화를 뿌린 뒤 울고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사설 해병대 캠프가 성황이다.
3년전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로 다섯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충남 태안 옛 안면해양유스호스텔 앞바다, 지난달 15일 오전 이후식(48)씨가 하얀 국화를 바다에 던졌다. “병학아 잘 지내냐? 동환이, 준형이, 태인이, 우석이도 잘 있는 거지?”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주저 앉았다. 바닷물이 포말을 일으키며 신발을 적셨다. 국화는 물과 섞이지 못하고 썰물에 밀려 들어왔다. 바다로 가는 길을 뿌리친 병학이 엄마 박지연(48)씨는 소나무 숲에 숨어 울었다. 아들 모습을 떠올린 듯 이렇게 말했다. “병학이는 다리가 가늘었어요. 경찰대 간다고 운동해서 제법 굵어졌는데…”
2013년 7월18일 이곳에서 발생한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3주기를 즈음해 희생된 다섯 학생 가운데 이병학(당시 18살·공주사대부고2)군의 부모를 만났다.
부모는 파도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들의 시간은 3년 전 그날에 멈춰 있었다. 캠프 설립과 운영 책임, 해양유스호스텔과 캠프의 관계, 위험지역에 캠프 허가를 내줘 사고를 방조한 태안군과 해경 등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종결됐기 때문이다.
학교와 체험 활동 계약을 맺은 곳은 해양유스호스텔이었다. 그러나 캠프는 다른 업체들이 하청과 재하청 관계를 맺고 운영하고 있었다. 하청을 준 업체들은 직접 운영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공사장 판례를 들어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경기도의 중견 섬유업체 ㅎ사가 해양유스호스텔의 실소유주란 사실이 확인됐으나,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사고 해역은 호안이 깨질 정도로 물살이 빠르고 파도가 높아 주민들은 누구나 위험하다고 하는 곳이었다. 이곳에 청소년 체험활동 허가를 내준 태안군과 태안해경 책임론이 일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인근 업자가 대규모 모래채취를 해 바다 밑바닥이 고르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학교가 주관하는 아이들의 체험 활동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문제를 파헤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수사를 해 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의 수사는 다섯 학생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가 발생한 직접 이유는 무엇인지, 현장 책임자는 누구였는지를 밝히는데 그쳤다.
이씨는 “유스호스텔과 계약하고 캠프를 운영한 ㅋ사 대표는 아예 처벌받지 않았어요.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숨기고 돈벌이를 한 사람들이 ‘면피’를 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유족을 달랬다. 이씨는 사고 다음날 인양된 아들의 주검 앞에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 (안전사고가 없도록) 세상이 달라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정부는 안색을 바꿨다. 교육부는 학생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유족에게 ‘보상금’ 얘기만 반복했다. 이씨는 1년동안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정부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자식을 잃었는데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어요.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진실이 감춰지고,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바람에 잊힐 때쯤이면 다른 사고가 또 나죠. 이 정부는 해병대캠프 참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고 있어요. 나중에 아들 얼굴을 어떻게 볼까요?”
태안/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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