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진은 위 기사와 연관이 없습니다.) 지난 7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한 공사장 벽에 ‘‘생리대가 비싸서 신발 깔창을 써야 하는 학생들‘‘ 등 생리대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문구와 붉은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가 나붙어 있다. 2016.7.3 연합뉴스
전주시 지난 6월 후원금 받아 시작
부족 대비 예산 2천만원 배정했지만
정부 승인없인 안돼…‘9월 결정날듯’
부족 대비 예산 2천만원 배정했지만
정부 승인없인 안돼…‘9월 결정날듯’
전북 전주시가 지난 6월 전국 처음으로 실시한 저소득가정 청소년 여성용품(생리대) 지원사업이 자칫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후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지속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해 놓았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기 전에는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보장과 관련한 신규 사업은 ‘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예산 액수와 상관없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에 정부가 제동을 건 것처럼,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복지사업의 자율성을 중앙정부가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시는 저소득가정 청소년 여성용품 지원사업인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통해 지난 6월부터 대상자 신청을 받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말까지 811명의 접수가 이뤄졌다. 전주시는 이 가운데 지원 대상을 벗어난 164명을 빼고 647명에게 2~3개월분 생리대를 택배로 전달했다. 6월에 접수한 대상은 3개월분, 7월에 접수한 대상은 2개월분을 지급했다.
20여곳 기관·단체 등이 모두 2982만원의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왔고, 이 중 2547만원을 사용했다. 남은 435만원과 후원이 예정된 300만원을 합하면 700만원 정도 여유가 있지만, 1개월 반쯤만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에 시는 후원금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2천만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확보했다. 유동적인 후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예산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의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 걱정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협의’의 개념에 대해선 법제처가 “복지부의 합의 또는 승인이 없으면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오영인 전주시 여성청소년과장은 “정부의 사업 승인에 약 3개월이 걸린다. 지난 6월에 승인을 신청했으니 9월 초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본다. 이 사업에 정부의 승인만 떨어지면 시는 후원금과 별도로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자체 조례 제정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지원 대상 청소년을 찾고 당사자가 생리대를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 사례는 전국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의 한부모·조손·장애인 가정의 만 10~18살 청소년들이다. 우체국 택배로 발송하고 있는데, 이는 예민한 시기의 여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다. 시는 양질의 생리대를 마트의 협조로 저렴하게 구입해 직원들이 직접 작업해서 보낸다고 설명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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