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인구 1600명인 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에서 무려 630일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이웃 주민들이 8일 아기 엄마를 찾아가 출산용품을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상주 은척면 제공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서 경사가 났다.
은척면 두곡리에서 농사 짓고 사는 이아무개(42)씨와 베트남 신부(37) 사이에 지난달 7일 딸이 태어났다. 인구 1600여명인 은척면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기는 2014년 10월17일 이후 630일 만이다.
은척면사무소 직원들과 부녀회장, 이장협의회장 등이 기저귀와 육아용품 등을 사들고 이씨 집을 찾아가 축하했다. 정성호 면장은 “좋은 소식이 들려와 너무 기쁘다. 출산장려 분위기가 널리 퍼져 우리 면지역에도 인구가 증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구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상주시도 이씨한테 매달 20만원, 1년동안 24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베트남 출신인 산모는 “주변 분들이 한결같이 관심을 가져주고, 축하해 주셔서 행복하고 감사를 드린다. 아기를 잘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기뻐했다.
은척면은 상주의 24개 읍·면·동 가운데 인구가 870여명에 불과한 화남면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면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학 유물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 곳으로 매년 동학축제가 열린다. 해발 606m의 성주봉은 아직 때 묻지 않은 비경을 감추고 있으며, 소나무가 많아 가을송이가 유명한 곳이다.
경북 상주의 인구는 현재 10만2374명으로 집계돼있다. 한 해 동안 평균 1100여명이 숨지고 570여명이 새로 태어나 연간 500여명의 인구가 줄어든다. 주로 노령인구가 많은 농촌 면지역에서는 인구 감소폭이 크고, 상주 시내인 동지역에서는 약간씩 증가 추세를 보인다. 65살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 47%를 차지하고 있는 은척면에서는 매년 30여명이 노환 등으로 숨지지만 신생아 출생은 거의 없어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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