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2013년 총 21차례 걸쳐 각 원전에서 대전 원자력연구원으로 운반
지역 시민단체 및 정치권 “운반부터 보관까지 제3자 검증해야”
지역 시민단체 및 정치권 “운반부터 보관까지 제3자 검증해야”
국내 각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가 수십년에 걸쳐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제3자 검증단을 꾸려 원자력연구원에 운반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최명길 국회의원실은 8일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987년~2013년 총 21차례에 걸쳐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대전 유성구 덕진동 원자력연구원으로 사용후핵연료 1699봉이 옮겨졌다”고 밝혔다. 1993년과 2002년에는 200봉이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원자력연구원으로 운반됐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는 발전용으로 타고 남은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낸 것으로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생명체에 치명적이다.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 안에 있는 임시저장소에 보관 중이고, 외부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6년 동안 꾸준히 사용후핵연료를 대전으로 옮겨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그 과정과 보관 상태 등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원전 안에 보관돼 있다고만 알려졌던 사용후핵연료를 대전까지 어떻게 옮겼는지, 얼마나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지 등을 현재 외부에선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운반이 지역 사회와 아무 소통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대다수 대전 시민들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전에서 옮겨와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 내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 실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전기화학적인 처리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 실험을 도심에서 진행하려는 데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지역 시민단체는 제3자 검증단을 꾸려 대전으로 운반된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객관적인 안정성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와 핵없는사회를 위한 대전공동행동은 성명을 내어 “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관련 모든 과정에 대해 지역이 추천하는 전문가와 시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제3자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의원도 지난달 11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사용후핵연료 실시간 변동에 대한 통제와 감독이 미비하고 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제3의 전문가가 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는 전용 운반용기에 담아 안전하게 육로운반된다.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다 공개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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