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재심 개시 여부 검토중
술김에 한 발언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징역 3년형을 받고 복역 뒤 숨진 김아무개(1986년 사망 당시 56살)씨의 유족이 34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씨는 5공화국 시절이던 1982년 2월10일 저녁 8시30분께 청주에서 술을 마시고 승객 50여명이 탄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하다 “전두환 대통령은 김일성 정치보다 못한다. 이북이 더 살기 좋다” 등의 말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3년 만기 출소한 김씨는 이듬해 지병 등으로 숨졌다.
김씨의 변호인인 이선경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성, 객관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해를 가할 명백한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둘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심하게 술이 취한 상태의 술주정으로 범죄 자체 성립도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인 채택과 진술 등 조사·재판 과정이 모두 석연치 않아 재심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7년 전인 1975년 서울 성북구 자신의 집에서 “이북의 김일성은 우리의 김일성 선생이다. 긴급조치 같은 악법을 만들어 놓으면 나도 대통령하겠다” 등의 발언을 해, 반공법과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등으로 각각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으며, 이에 대해 2013년 11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재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23형사부(재판장 조용현)는 “당시 정치 상황 등 시사적인 관심사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혼잣말로 불평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반국단체의 이익이 된다거나 주관적으로 반국가단체에 이롭게 하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 선고했다.
김씨의 청주 사건을 맡은 청주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이현우)는 지난달 20일 변호인 등과 재심 관련 심문을 했으며, 재심 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김씨의 반공법 위반 사건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자신의 집과 버스라는 공간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사건이다. 재심을 통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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