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성주의 13개 보수단체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경북 성주의 보수단체들이 ‘성주 외부세력론’을 꺼내들고 한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성주 성산이 아닌 다른 곳에 사드를 배치하면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성주 안에서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성주 주민들은 ‘성주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닌 ‘한국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6·25참전유공자회, 무공수훈자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자회, 재향경우회, 한국자유총연맹, 공군전우회, 재향군인여성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성주의 13개 보수단체들은 9일 오전 10시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성주군민 무시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국방부는 대통령의 사드 배치 지역 재검토 지시를 즉각 이행하라”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성주군이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영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성주군협의회장은 “5만 군민들은 매일 저녁 군청 앞마당에 모여 촛불을 들고 우리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한 달간 외쳐왔다. 이런 외침에 대통령께서 드디어 답을 내었다. 대통령께서는 새로운 적지가 있는지 재검토 지시를 했다”며 “국방부는 오늘까지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즉각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을 비판하면서 ‘안보론’과 ‘성주 외부세력론’도 다시 꺼내들었다. 성주 주민들로 꾸려진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지난 2일 밝힌 “외부세력의 개입이나 불순세력은 없었다”라는 입장과 배치된다.
이형숙 월남참전자회 성주지회장은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사드 배치를 국론 분열로 몰고 가고 있는 야당, 외부 세력에 대응하기보다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석규 한국자유총연맹 성주군지회장은 “지난 3일 대통령께서 사드 관련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화답하지 않는 군민을 지켜보는 외부의 눈총이 따갑기만 한데도 작금의 촛불문화제에서는 친북 성향의 위험한 발언, 외부세력과 연계한 세력 확산이 심히 우려스런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성주의 보훈·안보단체들은 이날 결의대회에 3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의대회에 나온 사람들은 100여명이었다.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 참가자들은 25분 동안 결의대회에만 참석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성주투쟁위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 이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 등은 내지 않기로 했다. 성주 주민들도 이들의 결의대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그동안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성주의 보수단체들이 갑자기 결의대회를 한 것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성주군은 이날 오전 11시17분 성주의 보수단체 결의대회 자료를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글·사진 성주/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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