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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 마을 ‘우토로’를 기록하다

등록 2016-08-14 11:23수정 2016-08-15 00:10

부산 해운대구의 옛 송정역 시민갤러리서
마을 모형·사진 등 기획전 열려
1941년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교토부 우토로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밥을 먹던 함바집. 우토로프로젝트팀 에루화 제공
1941년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교토부 우토로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밥을 먹던 함바집. 우토로프로젝트팀 에루화 제공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은 일제강점기 때인 1941년 일본이 교토에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재일 조선인 1300여명을 강제 동원하면서 만들어졌다.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 조선인들은 1945년 8월 일본이 연합국에 패한 뒤 그대로 방치됐다. 이들은 노동의 대가를 받지도 못했다.

1945년 8월 일본 패전 뒤 방치된 조선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의 마을회관 모습. 우토로프로젝트팀 에루화 제공
1945년 8월 일본 패전 뒤 방치된 조선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의 마을회관 모습. 우토로프로젝트팀 에루화 제공
조선인들은 일본 정부의 무관심 속에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이들은 차별과 가난을 버티며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삶을 이어갔다. 이들의 삶은 1987년 3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체 마을 땅의 소유권을 갖고 있던 닛산차체가 주민들 모르게 서일본식산에 마을 땅을 판 것이다. 서일본식산은 1989년 2월 조선인들의 퇴거를 요구했다. 마을 주민들은 서일본식산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2000년 일본 대법원의 퇴거 결정이 내려지면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의 시민단체는 2005년 4월 ‘역사청산! 거주권보장! 우토로 국제대책회의’를 발족해 마을주민 돕기에 나섰다. 같은 해 5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하면서 모금운동을 펼쳤다. 당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영화배우 김혜수·안성기·지진희·김선아씨 등 ‘우토로 희망대표 33인’도 힘을 보탰다. 방송인 유재석씨도 1000만원을 기탁했다.

우토로 국제대책회의는 2007년 10월 우토로 마을에 모금으로 모인 6000만엔을 보냈다. 같은 해 12월 한국 국회에서도 우토로 마을 지원하는 3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한·일 시민사회 모금액으로 설립된 ‘우토로 민간기금재단’은 2010년 5월, 한국 정부 지원금을 관리하는 ‘우토로 일반재단’은 2011년 2월 각각 마을의 땅을 사들였다.

두 재단은 전체 우토로 마을 땅의 3분의 1일을 사들였지만, 건축비 마련을 하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을 돕던 일본 시민단체들은 일본 행정당국을 설득해 공적 주택 건설 결정을 끌어냈다. 하지만, 역사적 차별의 상징인 우토로 마을 일부라도 보존하자는 주장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일본 행정당국이 공적 주택 건설마저도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굴곡된 역사의 흔적인 우토로 마을은 사라지게 됐다. 마을 철거작업은 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동아대 건축학과와 라움건축, 건전지이엔지 등이 모여 만든 우토로프로젝트팀 ‘에루화’는 우토로 마을 주민들의 70여년 동안의 삶과 시간을 담으려고 지난해 9월부터 자료조사, 두 차례의 현지 조사를 통해 우토로 마을 건축물 기록과 모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창조재단은 부산 해운대구의 옛 송정역 시민갤러리에서 우토로프로젝트팀 ‘에루화’가 지금까지 기록하고 만든 우토로 마을 모형과 사진 등을 전시하는 ‘우토로 기억 프로젝트’ 기획전을 9월 20일까지 열고 있다. (051)860-3547.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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