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이 수주면을 무릉도원면으로, 남면을 태양면으로 바꾸는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있는 옛 서면의 한반도지형 모습. 2009년 서면에서 한반도면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영월군청 제공
평범한 행정구역 명칭을 ‘한반도면’, ‘김삿갓면’으로 바꿔 큰 인기를 끈 강원 영월군이 이번엔 ‘무릉도원면’과 ‘태양면’이란 이름의 행정구역을 선보이기로 해 눈길을 끈다.
영월군은 ‘수주면’을 ‘무릉도원면’으로, ‘남면’을 ‘태양면’으로 바꾸기 위해 이달 말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도나 각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의 변경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지자체에 속한 읍면동의 명칭은 자체 조례 개정만으로 바꿀 수 있다.
‘무릉도원면’이란 명칭은 수주면에 속해 있는 ‘무릉리’와 ‘도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주면은 예부터 복숭아나무가 많아 ‘영월의 무릉도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기에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요선정과 4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법흥사 등 자연경관이 뛰어난 관광자원이 많다는 점도 반영이 됐다. 영월군은 ‘주변에 물이 많다’는 뜻의 수주면을 ‘무릉도원면’으로 바꾸면 지역의 인지도가 훨씬 높아져 관광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면을 ‘태양면’으로 바꾸려는 건 2013년 12월 남면에 들어선 아시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때문이다. 40㎿급 규모로 101만㎡의 면적에 1400억원이 투입됐다. 태양광 모듈 아래 24만㎡ 규모의 산마늘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등 전력과 영농을 겸한 영농복합발전소다.
앞서 영월군은 2009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도를 그대로 닮아 ‘한반도 지형’이란 이름의 관광지로 불리던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김삿갓 묘와 생가가 있는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바꿔 인지도 증가에 따른 관광객 증가와 농산물 판매량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둔 바 있다.
김병규 영월군 수주면 총무담당은 “주민들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보자고 자발적으로 무릉도원면추진위원회까지 꾸려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지역간 갈등을 빚고 있는 소백산면이나 대청봉면과 달리 무릉도원이란 명칭은 다른 지자체에서 쓰는 곳이 없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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