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소속 경북도지사, 국회의원 등 ‘성주 안 제3지역 사드 배치’ 군불 지피기 앞장
국방부가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지역을 놓고 계속 말을 바꾸자,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약화시키기 위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긴다’고 반발했다.
18일 오후 2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는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백철현·정영길·김안수·이재복)와 주민 300여명이 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투쟁위와 국방부의 간담회 내용을 주민에게 보고하고 앞으로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촛불문화제나 간담회에 잘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참석해 ‘성주 안 제3지역 사드 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부 주민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밝혀 다른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지금까지 투쟁위는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가 공식입장이었다.
경북 김천에 인접한 롯데스카이힐 성주 골프장이 제3지역 사드 배치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김천도 혼란에 빠졌다. 이미 대책위원회를 꾸린 김천 주민들은 20일 저녁 7시30분 김천시 교동 강병공원에서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천시와 김천시의회도 18일 공동성명서를 내어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천시와 김천시의회는 성명서에서 “제3의 후보지를 거론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자치단체와 지역갈등을 초래하는 국방부는 각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완영 국회의원, 김항곤 성주군수도 주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성주에서는 지난 9일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재향군인회 등 13개 보수단체가 결의대회를 열어 처음으로 ‘성주 안 제3지역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16일 ‘성주 안 제3지역 사드 배치’를 공론화시키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날 ‘사드 문제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더는 성산포대만을 고집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군민들께서도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성을 충분히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완영 의원도 지난 17일 국방부와 투쟁위의 간담회에서 국방부에 사드를 성주 안 제3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정부와 국방부는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단체를 통해 성주 군민을 이간질시키려는 비열한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와 셩주 주민들이 18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 강당에서 전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간담회 내용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를 토론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