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일간 굶어 환청·환각에 의한 범행 가능성”
어머니 “결혼전 신병 앓았다” 진술…연관성 수사
어머니 “결혼전 신병 앓았다” 진술…연관성 수사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씌었다’는 이유로 친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어머니와 오빠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도 시흥경찰서는 21일 살인 등 혐의로 피해자 어머니 김아무개(54)씨와 오빠 김아무개(2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이날 오후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도주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 등은 19일 오전 6시40분께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딸이자 여동생인 김아무개(25)씨를 살해한 뒤 주검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가정주부인 어머니와 임시직 아르바이트인 오빠는 숨진 김씨와 함께 지난 15일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식사를 하지 않아 굶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범행 당일 밤새 이야기를 나눴으며, 키우던 애완견이 새벽에 심하게 짖자 “애완견에게 악귀가 씌었다”며 애완견을 함께 죽였다.
이어 김씨 모자는 애완견이 죽은 뒤 이상행동을 보인 딸이자 여동생인 김씨를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오빠 김씨는 “여동생이 기르던 애완견에게 악귀가 들었다. 애완견을 죽인 뒤 (여동생이) 손을 떨면서 다시 어머니의 목을 조르는 것을 보고 악귀가 동생에게 옮겨갔다고 생각해 화장실 바닥에 눕혀놓고 살해한 뒤 주검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아들은 범행 직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알렸고,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현장을 찾은 지인이 숨져있는 김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목이 잘려 머리와 몸이 분리된 상태였다.
범행 뒤 달아났던 김씨 모자는 자수하려고 경찰서로 가던 중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경찰서 인근 도로에서 검거됐다.
애초 경찰은 아들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예상했지만, 어머니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들이 함께 범행했고 어머니가 주도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숨진 김씨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은 목졸림과 둔기에 의한 머리 손상 등 복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 김씨가 아들·딸과 5일 동안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청과 환각에 의해 ‘악귀’를 운운한 것이 범행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 탐문과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통한 보강수사를 하고, 어머니 김씨가 “결혼 전 신병을 앓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범행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김씨 모자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약물이나 식사 외 섭취한 음식물과도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시흥/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