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5분 김항곤 성주군수가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제3지역 사드 배치를 국방부에 공식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성산포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검토해달라고 국방부에 공식 요청했다. 41일 동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와 싸워온 주민들은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날 투쟁위원 33명 만의 표결로 제3지역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성주 투쟁위는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 이날 예정됐던 공식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김 군수는 22일 오전 10시5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1층 대강당(270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안보는 국가를 지탱하는 초석이며 국가 없는 국민은 있을 수 없다. 국가의 안보에 반하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우리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며, 만약 원안대로 추진되면 성사포대 사드 배치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부에서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또 성주 주민에게는 “저에게 힘을 보태어주십시오. 성산포대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추진해 하루빨리 황폐화된 우리 성주군의 군정을 원상복구 하겠다”라고 호소했다.
22일 오전 10시5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공무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항곤 성주군수의 기자회견을 듣고 있다.
김 군수의 뒤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과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성주군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 21명이 섰다. 좌석에는 성주군 공무원 70여명, 보수단체 회원 30여명 등 100여명이 앉아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성주지역 경북도의원 2명과 성주군의원 8명 중에서는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과 배복수 성주군의원 2명만 기자회견을 하는 곳에 나타났다. 김 군수가 성명서를 읽은 동안 성주군 공무원들은 대강당 안에서 문을 걸어잠겄다.
김 군수의 성명서 발표가 끝나자 이완영 의원은 “이렇게 싸우다간 그대로 성산포대 배치되고 우리 군민은 남는 게 없다.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한다. 조국 수호와 안보를 위한 위대한 결정을 했다. 이 우국충정에 대해 평가해달라”라고 말했다.
성주군청 대강당에서는 이날 오전 9시40분 주민 200여명으로 꾸려진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백철현·정영길·김안수·이재복)가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에 성산포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 사드 배치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가 난 주민 100여명이 성주군청에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우리는 분명히 철회라고 했다”, “국방부와 성주군이 짜고 쳤다”라고 외치며 성주군청 2층 군수실과 1층 대강당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 주민들은 성주군 공무원과 경찰에 의해 끌려나갔다. 논란이 커지자 성주 투쟁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22일 오전 10시30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성주 주민들이 김항곤 군수의 직전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10분 만에 끝나자마자 대강당 안에는 주민 200여명이 몰려왔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촛불 시민의 입장으로 반박 기자회견을 하겠다. 자리에 남아달라”라고 말했다. 20여명의 주민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국방부는 군민을 상대로 폭탄돌리기 게임 중단하라’, ‘성주 어디에도 사드오면 5만 군민 생존권 박살나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섰다. 성주 투쟁위에서 활동하는 투쟁위원들도 함께 나타났다.
배은하(41) 성주 투쟁위 대변인은 “주민의 주장과 상관없는 주민의 뜻과 다른 군수의 오늘 기자회견은 무효다. 우리는 끝까지 성주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하여 싸울 것이다. 저희 투쟁위와 그리고 군민들의 그런 입장도 모르고 혼자 졸속으로 성주 사드 배치를 유치하려고 하는 성주 군수를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반박 기자회견이 끝나자 주민들은 대강당에 그대로 남아 앞으로의 투쟁 방향에 대해 서로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 상당수가 “투쟁위를 재구성해 새누리당 소속은 모두 쫓아내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현재 정영길·이수경 경북도의원 2명과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성주군의원 7명은 성주 투쟁위에서 공동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분과의 단장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성주 사드 배치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은 지금까지 백철현·배명호·곽길영 성주군의원 3명 밖에 없다.
하지만 박수규(53) 성주 투쟁위 홍보분과 실무위원은 “성주 투쟁위가 군민들의 투표라던지 총의를 거쳐서 구성된 조직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40일 동안 그 투쟁위가 성주 사드 배치 투쟁을 대표해왔는 것도 사실이다. 촛불의 힘으로 투쟁위를 견인하고 옆길로 새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투쟁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없애거나 재구성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22일 오전 10시30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성주 주민 200여명이 김항곤 군수의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반박 기자회견을 한 뒤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주민들은 제3지역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기로 한 성주 투쟁위를 해체하는 대신 촛불 시민대표 2명을 성주 투쟁위에 넣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오늘 오후 2시부터 성주군청 4층 간담회실에서 열리는 성주 투쟁위 정례회의에서 공시적으로 이런 요구를 하기로 했다. 촛불 시민대표로는 주민 배윤호(61·가천면)씨와 김충환(58·수륜면)씨가 추대됐다.
배윤호씨는 “오늘 2시에 제가 어제 촛불집회에 말씀하신 내용으로 투쟁위에 참석하겠다. 사드 문제는 성주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시간이 걸릴 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가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충환씨는 “투쟁위와 우리 군민들이 끝까지 버텨서 이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조금 어려워지더라도 촛불은 계속 켜질 것입니다. 그동안은 군수가 개과천선해서 우리 편이 돼주길 바랬는데 그건 끝났다. 오늘 오후 2시 투쟁위에 가서 어떻게 할 건지 협의해서 촛불집회 때 발표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성주/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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