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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이 반대하면 또 옮길거냐” 정부의 ‘사드 폭탄돌리기’ 성토

등록 2016-08-24 23:28

김천시민 8천명 ‘사드배치 반대 결의대회’

제3지역 거론되는 성주골프장 인접
김천 도로 곳곳 ‘배치반대’ 펼침막
‘사드 결사반대. 말로만 성주, 김천이 직격탄(연명리 주민 일동)’.

24일 오후 3시 경북 김천시 농소면 연명리 도로에 이런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드배치 결정 당장 철회하라’(연명리 작목반), ‘청정지역 김천에 사드가 웬 말이냐’(연명리 청년회), ‘내 자식은 내가 지킨다. 사드 배치 결사반대’(연명리 여노인회)라고 적힌 펼침막도 있었다.

24일 오후 경북 김천시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4일 오후 경북 김천시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연명리는 제3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골프장)에서 북쪽으로 3㎞ 떨어져 있다.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은 성주와 김천의 경계에 있다. 골프장 바로 북쪽 200m부터가 김천 농소면과 남면이다. 골프장에서 북쪽으로 8㎞ 떨어진 곳엔 공공기관과 학교, 아파트가 몰려 있는 김천혁신도시(율곡동)가 있다. 성주군청(성주읍)은 사드 배치 제3후보지로 꼽히는 골프장에서 남쪽으로 18㎞ 떨어져 있다.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되면 사실상 김천에 사드가 온다고 볼 수 있다.

연명리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들어가자 농소면 노곡리 마을회관이 나왔다. 노곡리 마을회관은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 북쪽 2㎞에 있다. 오후 3시가 넘었는데 주민 9명이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왜 이 시간에 밥을 먹느냐”고 묻자 한 주민이 “저녁에 김천 시내에 사드 데모하러 가려고 저녁을 일찍 먹고 있다”고 대답했다. 박태정(65) 노곡리 이장은 “저기 골프장은 주소만 성주지 사실상 김천 아니냐. 성주군은 사드 배치에 반대할 거면 계속해야지 중간에 제3지역 받겠다고 해서 결국 김천까지 난리 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사드 폭탄 돌리기’에 경북 성주에 이어 김천이 들끓고 있다. 김도환(83) 농소면 노인회장은 “처음에 정한 대로 사드를 배치하든지 주민 데모한다고 또 옮기고, 그러면 김천에서도 데모하면 또 딴 데로 옮기는 거냐. 우리가 촌사람이라고 만만히 보는 것 같은데, 내 손으로 뽑아준 이철우 국회의원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역정을 냈다.

이날 김천 농소면과 남면, 율곡동 곳곳에 사드 반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면 월명1리 마을회관을 찾아가자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마당으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산을 가리켰다. 주민들은 바로 저 산에 사드가 들어올 수도 있는 골프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이영자(78)씨는 “지금까지 텔레비전 보면서 ‘사드 오는 성주 우야노’라고 했는데 갑자기 우리 동네로 올 줄은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송인선(76)씨는 “사드 들어오면 여기 있는 집하고 논하고 팔리지도 않을 것 아니냐. 이제 어디서 살아야 하느냐”며 한숨 쉬었다.

율곡동에도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지킨다. 사드 배치 결사반대(율곡 태권도)’라고 적힌 펼침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상당수 가게가 유리창에 이날 저녁 6시부터 김천종합스포츠센터 주차장에서 열리는 사드 배치 반대 궐기대회를 안내하는 글을 붙여놨다.

김천 전체 인구는 14만1천여명으로 성주(4만5천여명)보다 3배가량 많다. 농소면에 3300여명, 남면에 3500여명, 김천혁신도시가 있는 율곡동에 1만3천여명이 산다. 김천은 포도와 자두 등으로 유명하다. 국내 포도의 11%, 자두의 15%가 김천에서 난다. 최근 공공기관이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했고, 귀농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면서 인구가 14만명을 넘어섰다.

24일 저녁 경북 김천시 대신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사드배치결사반대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4일 저녁 경북 김천시 대신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사드배치결사반대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2일 만들어진 ‘김천 사드배치반대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세운·박우도·백성철·김대성·나영민)는 이날 저녁 6시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사드배치 결사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민 8000여명이 참석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고 외쳤다. 김천 투쟁위는 결의문을 통해 “사드 배치 결사반대한다. 국방부는 각성하라. 지역 갈등 초래하는 사드 배치 끝까지 막아내자”라고 밝혔다.

이날 새누리당 박보생 김천시장은 결의대회에서 “성주군민들이 먹기 싫다고 버린 음식 김천시민이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천 투쟁위의 공동위원장 5명과 함께 삭발을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결의대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지만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욕을 먹었다.

율곡동 주민들은 24일부터 매일 저녁 율곡동 율곡초등학교 뒤쪽 공원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농소면 주민들은 지난 22일부터 매일 저녁 농소면사무소 앞마당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김천에서는 지난 20일 저녁 7시30분 교동 강변공원에서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주최로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다.

김천/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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