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코리아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독일 구텐베르크 인쇄기. 이 인쇄기는 1453~1455년께 42행 성서를 인쇄한 원 인쇄기를 1700~1800년대에 복원한 실물이다.
직지가 정말 세계 최고일까?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면 두 번째는? 세계도 직지를 인정할까?
동서양 최고의 인쇄술이 충북 청주에서 만난다. 청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남아 있는 ‘직지’의 본향이다. 고려시대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직지다.
청주시는 새달 1~8일 청주예술의전당 등지에서 여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에서 활자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안내한다. ‘동서양 인쇄 배틀’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직지에 밀려 세계 2위가 된 서양 인쇄의 꽃 구텐베르크 인쇄술을 만날 수 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로 인쇄된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직지보다 78년 뒤진 1455년께 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지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진 단연 주목받았으며, 지금도 서양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주시는 애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직지 하권 원본과 독일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구텐베르크 성서를 함께 전시하려 했지만, 프랑스 국립도서관 등의 반대로 원본 전시는 무산됐다.
하지만 성서를 찍은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경기 파주출판단지 등의 전시를 거쳐 청주 나들이를 했다. 이 인쇄기가 독일 국외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6일 청주예술의전당에 도착한 인쇄기는 15세기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1700~1800년대에 그대로 복원한 실물이다. 직지축제에선 독일 인쇄장인 하르트만 로베르트가 직접 42행 성서를 찍는 것을 시연할 예정이다. 구텐베르크 인쇄기와 함께 1453~1455년께 인쇄된 42행 성서 낱장 원본, 1460년께 구텐베르크 인쇄소에서 간행된 가톨리콘(성서 해독 사전), 1700년대 인쇄된 구텐베르크 면죄부 등 희귀 서양 인쇄물도 선보인다.
이승철 박사(문헌정보학)는 “서양에서 구텐베르크는 성인 반열에 올릴 정도다. 서양에선 문화 융성의 출발점을 구텐베르크 인쇄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 대표는 단연 직지다. 활자장인 고 오국진 선생이 복원한 직지 상권 금속활자와 그의 제자 임인호 활자장이 복원한 직지 하권 금속활자가 서양 인쇄술에 맞선다.
금속활자의 꽃으로 불리는 조선 세종 때 갑인자 등 임 활자장이 복원한 활자 28종 등 당대 최고의 활자 주조와 조판 기술도 선보인다. 고려시대 금속 활자를 창조적으로 계승한 조선시대 활자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인쇄술을 앞서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로 남아 있는 무구정광다라니경(복사본)도 서양 인쇄에 맞선다.
이 박사는 “동서양 모두 당대의 인쇄술은 문화의 혁명을 이끈 아이콘이었다. 서양의 인쇄가 기독교를 중심으로 기계적·상업적으로 발전했다면, 직지로 대표되는 동양 인쇄술은 불교에 기반을 두어 과학적이면서도 정교했다. 우열을 가리기보다 당대의 역사와 이야기, 창조성을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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