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동안 추석때면 어려운 이웃에 쌀을 전해주면서 이웃돕기를 해온 키다리아저씨가 별세한 뒤 아들 박아무개(68)씨가 지난 6일 대구 수성구에 쌀 4600만원 어치를 보내왔다. 대구 수성구청 제공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랑이 아버지한테서 아들로 대를 이어 전해졌다.
2년전 별세한 키다리아저씨의 아들 박아무개(68)씨가 지난 6일 10㎏들이 쌀 2천포대(4600만원을 내놨다. 대구 수성구는 “박씨가 5톤 트럭 2대에 쌀을 가득 실어 수성구민운동장에 보냈다. 하지만 박씨 자신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명절아래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 쌀을 보내달라는 말만 전해왔다.”고 밝혔다. 대구 수성구는 박씨가 보내온 쌀을 주민센터, 복지관, 경로당,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했다. 박씨의 아버지인 키다리아저씨는 2003년부터 추석밑이면 빼놓지 않고 대구 수성구를 찾아와 수천만원 어치의 쌀을 전달하곤 했다. 키다리아저씨는 2014년 5월, 96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11년동안 키다리아저씨가 보내온 쌀은 대략 2만6천포를 웃돌며, 금액으로는 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다리아저씨는 늘 말없이 쌀만 트럭에 실어 보내지만, 그를 오랫동안 접촉해왔던 수성구청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키다리아저씨는 평안남도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때 부산에 잠시 머물다 대구로 올라와 양복지 도매상을 하면서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키다리아저씨는 3년전에 트럭에 쌀을 가득싣고 수성구청을 찾아와 “10년전에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면서 앞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다짐했다”고 말했다. 키다리아저씨의 가족은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딸(70)과 자영업을 하는 아들(68)이 있다. 이들은 현재 대구 수성구 만촌동과 지산동에 살고 있다. 키다리아저씨가 별세한 뒤 2015년에는 딸이 10㎏들이 쌀 2천만원 어치를 보내온데 이어 올해는 아들이 쌀 4600만원어치를 기부했다.
대구 수성구 직원들은 “고인과 그 가족들의 변함없는 이웃사랑을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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