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9200명에게 지원하는 생리대와 성·건강수첩.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추석 전에 저소득층 청소녀 9200명에게 생리대를 발송한다고 9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상태지만 사업 대상자를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저소득층 청소녀의 성·건강권을 기본권 차원에서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그 일환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 10∼19살 청소녀를 위한 생리대 지원을 준비했다. 7월에는 대상자를 모집하며 복지부에 사회복지제도 신설 협의를 신청했지만, 답을 얻지 못한 채 지난달 대상자 9200명을 확정했다.
추석 전 생리대 발송을 준비하던 서울시는 지난 6일 “생리대 지원을 위해 추경 예산이 편성되었으니 추후 내려갈 정부 지침과 중복되지 않도록 사업을 조정해서 다시 협의하라”는 복지부의 공문을 받았다. 그러나 “사업을 다시 조정하고 복지부와 협의하면 약 2개월 지연되는데 그 때까지 대상자를 또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추석 전에 9200명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발송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앞으로 정부 지원방안이 확정되면, 중복되지 않도록 복지부 지침을 따라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이 아니라 현물 지원이라는 점에서 청년수당과 다르고, 추경예산으로 편성했다는 건 정부도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지원하는 생리대는 청소녀 건강을 위해 유기농 순면 100% 국제 인증을 받은 커버를 사용했다. 생리대 중·대형 180개와 함께 생리 관련 기본 정보, 생리대 사용법, 위생관리, 생리를 당당하게 생각하는 인식 개선 내용을 담은 ‘성·건강수첩’도 함께 보낸다. 지원받는 이를 배려해 배송 상자에는 주소 말고는 어떠한 표시도 적지 않는다.
서울시는 취약계층 청소녀가 긴급하게 생리대가 필요한 때를 대비해 시내 지역아동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출청소년쉼터·소녀돌봄약국·시립청소녀건강센터 등에도 배치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난 8월 대상자를 확정한 뒤 ‘언제 생리대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 청소년 건강 기본권을 위해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뉴욕시처럼 공중화장실에 비치하면 좋겠지만 예산부족으로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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