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 중 인천·대구만…쥐꼬리 월급에 수당도 없어
“추석이 코 앞인데, 마음이 울적하네요. 우리는 명절휴가비조차 한 푼 받지 못합니다. 차별이 일상화된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이죠. 추석에 빈손으로 고향에 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
대구 시내 중고교에 1명씩 배치돼 사춘기 학생들이 겪는 따돌림, 학교폭력, 우울증, 가족갈등, 무기력 등 각종 고민을 상담해온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들이 각종 차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상담사들과 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는 12일 “학교에 근무하는 전문상담사들이 각종 수당은 물론 명절휴가비조차 지급 받지 못하는 곳은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가운데 인천과 대구뿐이다. 당장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들 전문상담사한테 정기상여금은 물론 장기근속 수당, 자녀학자금 수당, 가족수당, 교통수당 등 수당을 일절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노조가 파악한 자료를 보면, 명절휴가비와 정기상여금을 비롯해 네 가지 수당을 모두 주는 곳은 충남 제주 전남 울산 세종 서울 대전 광주 등 8곳뿐이다. 경기도는 정기상여금과 명절상여금만 지급하고, 경남도는 가족수당과 장기근속 수당, 자녀학자금을 주지 않는다.
대구시교육청은 2012년 4월부터 중고교에 전문상담사 150여명을 배치했다. 이듬해부터는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로 자격조건을 강화하고 기간제이던 이들의 신분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으나 인원은 되레 45명으로 줄어들었다. 처우가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한테는 명절휴가비가 50만원씩 지급되지만, 전문상담사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전문 상담사들은 “4년 동안 명절 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일선 학교에서 전문상담사한테 명절휴가비를 지급했지만 교육청이 나서서 오히려 되돌려 준 적도 있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임금체계는 ‘가’급과 ‘나’급으로 나뉜다. 가급은 사서와 영양사 등이며, 한 달 기본금 174만원이다. 나급은 조리사, 조리 보조원 등이고, 한 달에 154만원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전문상담사와 평생교육사, 교육복지사 등은 별도 임금체계로 묶여 있다. 이들에겐 수당과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대구시교육청은 “전문상담사는 애초 교육부 지시에 따라 별도임금 체계에 속했지만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가급과 나급으로 바꾼 뒤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 대구는 예산이 없어 이들을 가급 또는 나급으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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