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국내선 항공기 지연율 87% 급증

지연율은 제주공항, 군산공항, 광주공항순
대부분 전편 도착 늦어 ‘도미노’

제주에 사는 김아무개(53)씨는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려다가 낭패를 봤다. 제주공항에서 오후 1시 김포행 비행기를 타면 지하철 이동시간을 고려해 오후 3시 30분에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출발·도착이 30분 이상 지연되면서 회의에 늦게 참석하게 돼 다른 참석자들의 눈총을 샀다.

국제공항협회(ACI)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제주공항의 여객 수송실적(단일 활주로 기준)은 모두 2604만1115명으로 터키 사비하괵첸공항의 2828만5578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영국 스탠스테드공항, 4위는 일본 후쿠오카공항 순이었다. 제주공항이 세계 유수의 공항보다 더 훨씬 많은 이용객으로 붐빈다는 것이다. 더욱이 터키 공항이 24시간 운영되고, 제주는 17시간만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당 여객 수송실적은 제주공항이 4196명으로 터키 사비하괵첸공항 3229명보다 오히려 1.2배 많다.

제주공항이 붐비면서 항공편 운항 차질이 만성화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더민주·전북 완주·무주·진안·장수)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 국내선 항공기 지연율은 10.4%였으나, 2016년(1~7월, 인천공항은 1~8월)에는 19.5%로 9.1% 포인트 늘어났다. 비교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비율로만 따져 비교하면, 87.5%가 늘어난 것이다. 항공기 지연은 항공기 예정 출발 시각 대비 국내선은 30분 이상 초과 이착륙한 경우를 말한다.

올해 공항별 지연율은 제주공항이 24.7%로 가장 높았고, 군산공항 23.4%, 광주공항 18.5%, 김포공항 17.5%, 청주공항 15.6%, 김해공항 15.2% 순이었다. 올해 국내선 항공사별 항공기 지연율은 에어서울 33.13%, 진에어 29.78%, 이스타항공 22.51%, 아시아나항공 21.41% 등이다.

지연 원인은 전편 항공기 지연이 다음 연결편에 영향을 줘 지연되는 항공기 접속이 94%로 가장 많았다. 기상악화로 항공기 지연이 발생한 사례는 전체 항공기 지연의 1.46%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 쪽은 제주공항의 포화로 인해 항공기 지연율이 늘어났고, 제주공항의 지연이 다른 공항에 연계하여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연율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10대 중 1대꼴로 발생했던 비행기 지연이 올해에는 5대 중 1대꼴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임근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