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부산본부 등 지난 2~6월 조사 결과
고용노동부에 사업주의 예방의무 이행상태 점검 등 대책 촉구
고용노동부에 사업주의 예방의무 이행상태 점검 등 대책 촉구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한 조선 기자재업체 용접 노동자 김아무개(57)씨는 최근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20여년 넘게 용접 노동자로 일한 김씨는 날마다 조선 기자재 구조물 안에서 목과 고개를 꺾거나 허리를 비트는 불편한 자세로 용접일을 해왔는데, 평소에도 쑤시고 아팠던 목·어깨·허리 통증이 지난해 여름부터 더 커졌다.
진통제로 버티던 김씨는 지난해 9월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업무상 사유가 아닌 나이가 들어 걸린 퇴행성 질환’으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당시 김씨의 노동 상담을 도와줬던 민주노총 부산본부 서부산상담소의 신상길 상담실장은 “김씨는 개인 돈으로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일을 계속하다가 허리 등의 통증이 심해져 결국 지난해 12월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중소산업단지 노동자 10명 가운데 7명이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산희망찾기, 웅상지역 더 나은 복지를 위한 사업본부, 부산·울산·경남 권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는 21일 “부산·울산·양산의 237개 중소업체 노동자 515명 가운데 68.16%(351명)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노동자의 31.26%(161명)는 당장 정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으며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자각증상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이들 단체는 “조사대상 노동자의 83.29%(339명)가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노동자가 근골격계에 부담이 가는 작업을 할 때 사업주가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 노동자의 49.87%(187명)가 개인 비용으로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처리를 받은 노동자는 2.67%(10명)에 불과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는 특별 근로감독을 통해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 이행상태를 점검하고, 유해요인조사 미실시 사업장을 시정·처벌 조처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노동자들이 아플 때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골격계 질환 산재 인정기준을 완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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