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내일학교에서 1년만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딴 늦깍이 학생 조남애씨는 “영어배우러 곧바로 중학교 진학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91살난 노인이라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만큼 건강하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영어 배우러 중학교 진학하고 싶어요”
22일 오후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에서 늦깍이 졸업생 조남애 (91)씨는 “가방을 메고 학교로 나설때 마다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 글쓰는 것도 두렵지 않다.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친구도 많이 생겼다. 함께 차를 마시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가족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한다면 영어를 배우러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다. 외국여행도 가보고 싶다.”고 장래 포부를 털어놨다. 조씨와 함께 이날 배움의 기회를 놓친 초등과정 학생 121명이 졸업장을 거머 쥐고 기뻐했다. 졸업생 평균 나이는 69살이다.
또 중학과정을 끝낸 늦깍이 학생 71명은 23일 졸업을 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한경순(84)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못배운게 평생 한이 맺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남편에게 가장 먼저 졸업장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두달전에 세상을 떠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내일학교는 이날 초등과정 149명, 중학과정 150명의 입학식도 함께 치렀다. 초등은 앞으로 1년동안, 중학과정은 2년동안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나눠 수업을 한 뒤 졸업장을 준다. 초등입학생 가운데 최고령자인 김수연(84)씨는 “어릴때 너무 가난해서 학교에 못다녔다. 이제 평생 소원을 이뤘다”며 웃었다. 중학과정에 입학한 육정향(84)씨도 “지난해 초등에 입학해 졸업한 뒤 곧바로 중학과정에 입학했다. 스스로가 너무 대견스럽다. 앞으로 건강관리를 잘해서 꼭 중학교 졸업장을 거머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내일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를 위해 6년전 문을 열었다. 그동안 초등과정에서 524명이 졸업했고, 중학과정은 12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