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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65년 역사 속으로…전국 유일 춘천 102보충대 ‘마지막 입영식’

등록 2016-09-27 16:47수정 2016-09-27 20:36

6·25전쟁 중 만들어져 누적 260만명 장병 거쳐가
10월부터는 각 사단별 직접입영제 시행
2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의 마지막 입영식에 참석한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102보충대는 이날 입영식을 끝으로 해체된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2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의 마지막 입영식에 참석한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102보충대는 이날 입영식을 끝으로 해체된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현 시간부로 부모님과 분리됩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27일 오후 군악대와 의장대 등의 식전행사가 끝난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의 102보충대(정식명칭은 제1야전군사령부 102보충대대)’ 강당에 본격적인 입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강당은 1000여명의 입영장병과 가족, 친구, 연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 연병장에서 진행하려던 102보충대 마지막 입영식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강당에서 진행됐다.

방송 직후 강당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어머니는 울먹이며 마지막까지 꼭 잡은 아들의 손을 놓지 못했다. 강당 천장만 바라보던 아들은 “울지마. 그만 울어”라고 말하곤 돌아서서 끝내 눈물을 떨궜다.

굵은 뿔테안경을 낀 또 다른 청년도 집합하라는 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정아무개(21)씨는 “서로 울지 말자고 굳게 약속했지만, 남자친구가 입소행사장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남자친구에겐 ‘몸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고,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윤창훈(21)씨는 “거리가 멀어 어머니와 함께 어제 올라와 춘천에서 하룻밤을 잤는데 주위 상인분들은 102보충대 해체 소식에 걱정이 큰 것 같다. 몸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입소를 끝으로 102보충대는 창설 6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6·25전쟁 중인 1951년 만들어진 102보충대는 충남 논산훈련소와 의정부 306보충대(2014년 해체)와 함께 육군 새내기 병사들이 거쳐 가는 필수 코스였다. 지금껏 102보충대에서 신병 생활을 시작한 장병은 연평균 4∼5만명에 달한다. 누적인원 260만명의 장병이 이곳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102보충대는 강원도권에 입대하는 모든 장병이 3박4일 동안 입대 절차를 거치며 신병교육을 받을 부대에 배치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곳이다. 장병들은 102보충대에서 생활관의 모포 등 침구 정리와 기본적인 제식 동작 등을 배우고 전투복 등 군 생활에 필요한 20여개 보급품도 받는다. 3박4일 동안의 일정이 끝나면 컴퓨터 추첨을 통해 1군 야전군사령부 예하 각 사단 신병교육대로 이동한다.

102보충대는 이번 입영을 끝으로 11월1일 공식적으로 해체된다. 앞서 10월부터는 강원도 내 8개 시·군에 있는 제1야전군 예하 각 사단별로 직접입영제가 시행된다.

102보충대 마지막 대대장인 이시환 중령은 “수많은 사나이와 추억을 함께 한 우리 부대가 막상 해체한다고 하니 굉장히 아쉽다. 마지막까지 장병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건강한 병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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