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나무다리 축제때 무섬마을 주민들이 과거 선조들이 해왔던 모습대로 상여행렬을 재연하고 있다. 영주시 제공
낙동강 상류 내성천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유유히 돌아 흐르는 곳에 넓은 백사장이 눈에 띄인다. 이곳이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이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이 무섬마을에서 오는 10월1일 ‘외나무다리 축제’가 열린다. 지금은 수도교라는 다리가 놓여져 이곳을 통해 승용차가 다니고 마을주민들이 섬 외부로 오간다. 하지만 1980년대 초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외나무다리가 유일한 외부 통로이다. 이날 축제 때는 길이 150m, 폭 30m의 외나무다리 위에서 전통 혼례 행렬를 재연한다. 또 외나무다리 위로 지나가는 전통 상여행렬도 볼만하다. 제기차기, 떡메치기, 투호놀이 등을 즐기면서 옛 정취를 느껴봐도 좋다. 영주시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무섬마을에 살았던 선조들의 생활상을 재연하면서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3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무섬마을은 인근에서 알아주는 양반마을이다. 현재 전체 45가구에서 100여명이 산다. 경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해우당 고택과 만죽재 고택 등 역사가 깊은 옛 가옥만 16채나 된다. 해우당은 고종때 의금부도사를 지낸 김낙풍의 집이다. 이 마을에는 특히 지붕마루에 구멍을 낸 경북 특유의 까치구멍집이 유명하다. 외나무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소담스런 꽃이 피는 정원과 전통가옥이 어우러져 있다. 각종 티브이 드라머와 영화, 광고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도 연간 4만명이상이 찾는다. 마을에는 한옥으로 꾸민 민박집이 15곳, 식당1곳이 있다. 박승(72) 무섬마을보존회장은 “옛날에는 홍수가 나면 외나무다리가 물에 떠내려가 마을주민들이 고생한 기억이 아련하다. 이제 외나무다리가 마을의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무섬마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부터 외지로 나가 살다가 4년전에 고향마을로 돌아와 포도나무와 대추나무를 키우며 살고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