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 정우초 학생들이 지난 6월 체험농장 작물터널에서 자신들이 직접 키운 오이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우초 제공
“아이들의 땀방울이 넝쿨 식물과 함께 주렁주렁 열려요.”
4년 전 폐교된 학교의 운동장을 활용해 어린이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통합 학교가 있다. 전북 정읍시 정우면 수금리 정우초등학교는 2012년 3월 근처 회룡리에 있는 회룡초등학교를 통폐합했다. 이 학교는 전북교육청의 공동통학구형 어울림학교로 지정돼 농촌과 도시의 어린이가 함께 배울 수 있다. 학생이 몰리는 도시의 어린이가 학생이 적은 농촌 학교로 다니는 방식이다. 전교생 8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3명이 정읍 시내에서 온다.
이 학교는 폐교된 학교 운동장에 작물을 심고 가꾸었다. 하지만 운동장이 너무 넓어서 버거웠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동안엔 학부모에게 위탁관리를 부탁해 귀리를 심도록 했다. 학교에서 씨앗 값과 관리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지급한다.
학생들의 체험을 위해 지난해 너비 4~5m, 길이 40~50m 규모의 터널을 만들었다. 직접 호박, 조롱박, 수박, 오이, 여주 등을 심어 가꾼다. 터널 주변에는 해바라기와 옥수수를 심었다. 가을에는 시중에서 보기 힘든 조롱박을 수확한 뒤 말려서 바가지를 만드는 체험행사도 했다.
자연을 느끼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점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다. 본교에서 폐교된 학교까지 거리가 3.4㎞나 떨어져 있어 이동이 다소 불편하다. 체험시간이면 담임교사를 비롯해 교장과 행정실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학생들을 데려다준다.
이런 노력으로 이 학교는 올해 당당히 전북교육청의 폐교활용 우수사례로 뽑혔고, 다음달 20~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교육부 주최 ‘2016 대한민국 행복교육박람회’에도 참가한다. 6학년 이나현양은 “정읍 시내에서 살기 때문에 식물 가꾸기를 접하기 어려운데 농장체험이 너무 즐겁고 보람이 있다. 졸업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봉진 교감은 “농촌에 사는 아이들도 식물을 막연하게만 알고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년부터는 전교생에게 똑같이 진행했던 체험과정을 학년별로 나눠 실시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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