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고객센터와 도급계약한 30대
“빨리 처리하라” 압박받고 빗속 전신주 올라
“빨리 처리하라” 압박받고 빗속 전신주 올라
비 오는 날 전신주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인터넷 설치기사가 전신주에서 추락해 숨졌다. 노조는 “실적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라고 주장했다.
30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27일 낮 12시께 의정부시 경의로의 한 주택가에서 전신주에 올라가 인터넷 개통 작업을 하던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기사 김아무개(35)씨가 추락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후 9시께 숨졌다.
김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지 않아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주검을 검안한 결과 손에서 감전 때 나타나는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주검 부검을 의뢰한 한편, 회사를 상대로 안전관리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숨진 김씨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 협력업체인 의정부홈고객센터와 도급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로, 산업안전 관련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없어 악천후에도 설치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사고 당일 비가 심하게 내렸지만, 센터로부터 ‘일이 많이 밀려있으니 빨리 처리하라. 당일 처리 못한 기사들은 퇴근 전에 미처리 사유에 대해 시시콜콜 명확히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작업에 나섰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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