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입영식이 열린 4일 강원 양구 2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한 장정이 어머니를 업고 백두 전사의 문을 지나고 있다. 양구군청 제공
강원 춘천의 102보충대 시대가 막을 내리고 4일 사단 직접입영제가 첫발을 떼면서 사단 신병교육대가 있는 지역 주민들이 바빠졌다. 입소자와 부모·친구 등의 방문이 지역경제의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입영객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직접입영제는 신병 교육을 위한 보충대를 따로 거치지 않고 직접 부대에 입영하는 제도다.
1야전군사령부는 강원도 내 8개 시·군에 있는 12개 사단별로 직접 장정을 받는 직접입영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춘천 102보충대에 입소하던 장정들은 이제 화천(7·15·27사단), 양구(2·21사단), 인제(12사단), 고성(22사단), 홍천(11사단), 삼척(23사단), 원주(36사단)에 있는 각 사단 훈련소로 직접 입소한다. 철원 3·6사단은 지난해부터 직접입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단별로 1개 기수별로 평균 250여명씩 연간 18차례 정도 입영할 예정이어서 각 사단을 통해 입영하는 신병은 연간 5만40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신병 한 명당 4명의 가족·친구 등이 동행한다고 가정하면, 입대를 위해 연간 21만6000여명이 강원도의 각 지역을 찾게 되는 셈이다.
자치단체들은 직접입영제 관련 지역경제 특수에 대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화천에선 최문순 군수가 직접 나섰다. 이날 최 군수는 입영 현장을 찾아 부대를 찾은 장정과 가족, 친구 등에게 자신의 이름과 직책, 휴대전화와 사무실 번호 등이 적힌 명함을 전하는 등 ‘안심입영서비스’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군은 ‘민군협력 담당’을 따로 두고 부대 연락처 등 간단한 민원은 부대 협조를 받아 직원이 처리하고, 경우에 따라 군수가 직접 응대할 참이다. 최 군수는 “작은 감동이 큰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님의 노심초사한 마음을 명함 한장으로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화천뿐 아니라 양구 등 8개 시·군은 신병교육대 주차장 정비 등 주변지역 정비사업으로 내년까지 73억4300만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방문객 맞이 시설 개선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양구군은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시장도 열었다. 홍천군도 부모를 업고 지나가는 어부바길과 화랑찻집, 군수품 전시회 등을 준비하는 등 방문객 맞이에 나섰다. 삼척은 입소 장정과 가족 등을 상대로 음식값 5~30% 할인과 숙박료·목욕료 할인 등을 실시한다.
안순기 양구군 번영회장은 “직접입영제 시행으로 많은 방문객이 찾아 양구 거리 곳곳이 모처럼 북적였다. 앞으로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서비스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 직접입영제가 침체한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구실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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