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연구정보원 조사…‘안물’ ‘ㅇㅇ’ 등도 많이 써
대구지역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주로 쓰는 신조어 가운데 ‘헐’이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은 한글날(9일)을 앞두고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859명을 상대로 청소년들의 한글 파괴 실태를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86.3%가 황당하거나 어이없을 때 내뱉는 감탄사인 ‘헐’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어 친구가 이상한 말을 했을 때 대응하는 ‘안물’이 두번째(82.1%)로 많이 쓰는 말로 조사됐다. ‘안물’은 ‘안물어봤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어 세번째(80.7%)로 많이 쓰는 표현은 ‘ㅇㅇ’로 드러났다. ‘ㅇㅇ’는 알았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존댓말이 아닌 반말이다.
이 밖에 ‘응, 아니야’, ‘노답’ , ‘ㅇㅋ’, ‘개이득’, ‘핵노잼’, ‘극혐’ 같은 표현도 많이 쓰는 말로 꼽혔다. 온라인 설문에 응답한 학생 가운데 96.9%는 신조어와 줄임말을 사용한다고 대답했고, 43.0%는 이를 자주 또는 매번 사용한다고 했다.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은 “학년이 높아지거나 컴퓨터와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많을수록 신조어 사용빈도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로 ‘짧고 간단해서 사용하기 편리하다’(52%), ‘친구들이 사용하니까 나도 쓴다’(14%), ‘습관이 됐기 때문에’(12%) 등을 꼽았다. 학생들은 또 ‘신조어를 사용해도 된다’는 의견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 각각 49.8%와 50.2%가 동의를 표시해, 찬반의견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학생들은 또 신조어를 자주 사용하면 ‘대화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된다’(37%), ‘올바른 문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13%), ‘맞춤법을 잘 모르게 된다’(12%) 등의 문제점에도 동의했다.
대구교육정보연구원은 “신조어 사용에서 남녀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고, 학교성적과 신조어 사용빈도와도 연관성이 없었다. 다만 집안에서 부모가 존댓말을 쓰는 가정에서는 신조어를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미연 연구사는 “초등학생보다 신조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상대로 2차 조사를 해보겠다. 결과가 나오면 시교육청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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