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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떡 사주려 나갔다가…태풍 ‘차바’ 희생자 안타까운 사연들

등록 2016-10-06 19:58수정 2016-10-07 00:29

태풍 ‘차바’가 앗아간 소중한 목숨들의 안타까운 사연
태풍으로 부산 3명, 울산 3명, 경주 1명 사망자 발생
강기봉 소방관
강기봉 소방관
태풍 ‘차바’는 부산과 울산, 경북 경주에서 모두 7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인명구조를 위해 재해현장에 출동한 20대 소방관부터 부인에게 줄 떡을 사러 가다 변을 당한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희생자들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울산 온산소방서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강기봉(29·소방사·사진)씨는 지난 5일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2명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대원 2명과 함께 울주군 청량면 회야강변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쪽으로 출동했다. 강씨 등은 사업소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 구급차를 대고 빗물이 무릎까지 차오른 길을 헤치고 차량에 걸어가 내부를 확인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구급차로 돌아가던 강씨 일행 앞을 순식간에 불어나 넘친 강물이 덮쳤다. 대원들은 근처에 있던 전봇대와 농기계를 붙들고 버텼다. 그러나 전봇대를 붙잡은 강씨 등 2명은 힘에 부쳐 급류에 휩쓸려 갔다. 다른 대원은 도중에 가까스로 물살을 벗어났으나 강씨는 끝내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강씨는 23시간 만인 6일 오전 11시10분께 실종 장소에서 3㎞ 떨어진 울주군 온양읍 회야강 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주검은 하늘을 보고 누운 상태였다. 전날 출동할 때 입었던 주황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 구조복과 소방대원 기동화는 그대로였으나 헬멧은 벗겨져 없었다. 강씨의 실종 소식을 듣고 고향인 제주에서 황급히 울산으로 날아온 그의 부모와 친구들은 주검 앞에 쓰러져 오열했다.

제주 출신으로 아직 미혼인 강씨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졸업 뒤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4월부터 소방관으로 임용돼 온산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해왔다. 제주에서 31년 간 소방관으로 재직하다 2014년 6월 정년퇴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도 소방관의 꿈을 키워온 참이다. 동료들은 그를 “일 의욕이 넘치고 식당 아주머니가 각별하게 챙길 정도로 붙임성도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5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에 3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져 곳곳이 침수됐다. 울산시 중구 우정동에서 소방관들이 침수지역에 갇힌 한 시민을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5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에 3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져 곳곳이 침수됐다. 울산시 중구 우정동에서 소방관들이 침수지역에 갇힌 한 시민을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울산에선 5일 오후 1시10분께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일대에 태화강 물이 넘쳐나면서 최아무개(61)씨가 급류에 쓸려 숨졌고 6일 새벽 4시19분께엔 중구 태화동 주상복합건물 지하 주차장 물빼기 작업 중 주민 김아무개(52·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물이 들어오자 지하주자장에 있던 차를 밖으로 옮기려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서구 대항동 어민 허아무개(56)씨는 대항항 방파제 근처 바닷가에 정박해 놓은 자신의 배를 살피러 갔다 변을 당했다. 허씨는 자신의 배가 강풍에 뒤집힌 것을 보고 배를 다시 뒤집으려다 높은 파도에 휩쓸린 뒤 이날 오전 10시39분께 배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영구 망미동 2층짜리 주택 2층에 살던 박아무개(90)씨는 5일 아침 비가 많이 내리자 옥상의 빗물 배관 입구가 낙엽 등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다. 박씨는 옥상에 물이 찰 것을 걱정해 궂은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50분께 1층에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양쪽 무릎에 관절염을 앓고 있던 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이 낮은 점, 비바람이 거셌던 점 등을 고려해 박씨가 강한 바람에 떠밀려 추락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를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를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11시께 영도구 동삼동 ㄱ대학 기숙사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이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컨테이너로 된 현장사무실을 덮쳤다. 당시 사무실에선 현장소장 오아무개(59)씨가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컨테이너에서 숨진 오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를 불러 작업수칙 준수 여부 등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북 경주에서는 부인에게 줄 떡을 사러 가던 80대 노인이 목숨을 잃었다. 김아무개(82)씨는 경주 양북면 호암리에서 아내와 살며 벼농사를 지었다. 체력이 좋아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60대 같은 80대’로 기억했다. 성격도 소탈해서 마을회관에서 이웃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2시께 아내에게 줄 떡을 사러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그가 타고 갔던 오토바이는 논 옆에 세워져 있었다. 바로 옆에는 호암천이 흐른다. 김씨는 다음날인 6일 아침 7시4분께 경북 경주 양북면 봉길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호암천에 빠져 해수욕장까지 떠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명 김영동 김일우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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