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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중국 불법어선, 이번엔 해경 고속정 침몰시켜

등록 2016-10-09 13:52수정 2016-10-09 14:09

7일 소청도 해상에서…중국 선원 단속저항 갈수록 흉포화
해경 “검문검색 불응 폭력저항 중국어선에 무기사용 검토”
서해상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단속에 나선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나는 등 중국 선원들의 저항이 갈수록 조직화·흉포화하고 있다. 해경은 검문검색에 불응하고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의 설명을 들어보면, 중국 어선은 7일 오후 3시8분께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4.5t급 고속단정 1척을 고의로 충돌한 뒤 도주했다. 충돌한 고속단정이 뒤집히는 바람에 조아무개(50·경위) 단정장이 바다에 빠졌다가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다. 나머지 특수기동대원 8명은 다른 중국 어선에 타고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동안 쇠파이프나 흉기를 이용해 위협하는 중국 선원들은 많았지만 어선을 이용한 ‘충돌 공격’으로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재구성

7일 오후 2시10분께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7.2㎞ 침범해 인천 소청도 남서쪽 76㎞ 해상에서 무리를 지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40여 척이 해경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인근 해상을 기동 순찰 중이던 인천해경 소속 3천t급 경비함인 3005함은 4.5t급 고속단정 2척을 바다에 내려 출동시켰다. 조 단정장 등 19명이 고속단정 2척에 나눠 탔다. 쇠창살과 등선 방지용 그물을 설치한 중국 어선들은 해경의 정선 명령에 불응한 채 지그재그로 항해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40여척 중 100t급 중국 어선(쌍타망 철선) 한 척에 근접한 고속단정 1호기에서 대원 8명이 어선에 올라타 조타실 철문을 두고 중국 선원들과 대치했다. 중국 선원들은 철문을 걸어 잠근 채 저항했고, 해경대원들은 절단기를 이용해 강제로 철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그 순간 인근에 있던 다른 중국 어선이 고속단정 1호기 측면을 강하게 들이받았다. 오후 3시 8분께였다. 1호기에 혼자 남아 있던 조 단정장은 고속단정이 침몰하기 시작하자 바다에 뛰어들어 다행히 인근에 있던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다. 충돌 이후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 어선 수십 척이 몰려와 해경의 다른 고속단정까지 위협했다. 사고를 우려한 해경이 중국 어선에 승선해 있던 대원 8명을 태워 3005함으로 철수시키자 중국 어선들은 본국 해역으로 달아났다.

갈수록 흉포화한 중국 선원

중국 어선들은 선체에 길이 1∼2m의 쇠창살을 수십 개씩 꽂고 해경 대원들이 배에 오를 수 없도록 등선 방지 그물을 설치한 상태였다. 해경 대원들이 미처 달아나지 못한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배에 오르려고 하면 쇠파이프와 손도끼 등 둔기를 휘두르며 강하게 저항한다.

실제로 2011년 12월 인천해경 이아무개 경사가 인천 소청도 남서쪽 87km 해역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하려다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옆구리를 찔려 숨졌다. 당시 이 경사는 중국인 선장이 조타실 문을 잠그고 강하게 저항하자 문을 부수고 들어가다 변을 당했다.

올해 6월에는 서해 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나포 작전을 위해 승선한 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들을 그대로 태운 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로 달아나려 한 중국 어선 선장 등 3명이 해경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해경 대원 14명이 어선에 오르자 조타실 철문을 봉쇄하고 서해 엔엘엘 북쪽 해상으로 1㎞가량 도망가다 붙잡혔다.

단속을 방해하기 위해 어선 여러 척이 무리를 이뤄 조업하며, 해경이 나타나면 무선통신과 초단파 등 장비를 써서 무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배를 정박할 때 쓰는 전용 홋줄로 어선 여러 척을 한꺼번에 묶는 ‘연환계’도 쓴다. 해경 대원이 중국어선에 오르면 다른 어선으로 뛰어넘은 뒤 홋줄을 끊고 달아나기 위해서다.

해경 “폭력저항 땐 무기 사용 검토”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는 이날 오전 주기충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 부총영사를 불러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달아난 어선의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처를 촉구했다.

이주성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주 부총영사에게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난 중국 어선 2척을 신속히 검거해 엄벌하고 중국 정부 차원의 자체 단속과 예방 활동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주 부총영사는 “중국 정부도 노력을 많이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주 부총영사 면담 뒤 한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살인미수와 같은 행위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폭력 저항이 도를 넘어섰다. 검문검색에 불응하고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그 동안 자제해 왔던 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또 전국 해경서와 중국 해경국을 통해 해당 어선을 수배 조처했다. 해당 중국 어선의 이름은 ‘노영어 000호’이며 100t급 철선으로 추정된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의 수배 조처에도 도주한 중국 어선을 붙잡아 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중국 쪽 해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돼 중국의 협조 없이는 검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서해 5도 어민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해5도 중국 어선 대책위원회’는 현재 해경의 단속 인력과 장비로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뿌리 뽑을 수 없다며 조직 보강을 거듭 촉구했다. 조현근 서해5도 중국 어선 대책위원회 간사는 “해적 수준으로 세력과 장비 성능이 좋아진 중국 어선들을 작은 고속단정 2척으로 한꺼번에 나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300명 규모의 서해5도 전담 해양경비안전서가 신설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꽃게철인 지난달 서해 엔엘엘 인근 해상에 출몰한 중국 어선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108척이 조업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해경은 올해 불법조업 중국 어선 44척을 나포하고 선원 67명을 구속했다.

인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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