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출몰해 식당 난입 등 주민피해 잇따라
시, 포획작업 효과 없어…피해 보상 조례 추진
시, 포획작업 효과 없어…피해 보상 조례 추진
경기도 의정부시 도심에 야생 멧돼지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해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들이 달리는 차량으로 뛰어들거나 음식점에까지 마구 들어와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민들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10일 의정부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0시5분께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교차로 인근에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해 한 마리는 사살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산으로 달아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한밤중에 시민과 경찰관, 소방대원이 멧돼지들과 대치하는 소동을 빚었다.
앞서 지난 5일 오전 8시께에는 의정부 세무서 인근 도로에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나 경찰과 구조대원이 출동해 승합차에 치인 한 마리를 사살했다. 지난달 20일에도 호원 나들목 인근 도로에서도 멧돼지 한 마리가 차량에 치여 숨졌고, 지난 7월에는 금오동의 한 음식점에 멧돼지 한 마리가 뛰어 들어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등산로에서 멧돼지를 봤다는 신고가 잇따르는 등 올해 들어서만 50건이 넘는 출몰 신고가 시에 접수됐다.
의정부시는 야생생물관리협회와 함께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꾸려 의정부동, 가능동 등 멧돼지가 출몰한 마을 주변 야산과 시를 둘러싼 호명산, 천보산, 용암산, 수락산, 사패산 등에서 야간 포획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 야생생물관리협회 황선일(62) 회장은 “야생 멧돼지는 행동반경이 수백킬로미터에 달해 신고 지역을 중심으로 멧돼지를 포획한다고 해서 당장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 박아무개(60)씨는 “지난해에도 멧돼지가 주택가까지 여러 차례 들어와 밤에 다니기가 불안했는데 자주 출몰하는 지역 경계에 울타리를 두르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날씨가 추워지면 멧돼지들이 먹이를 구하려 산 아래로 내려오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이번 주중 경찰, 소방서, 야생생물관리협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멧돼지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양주나 포천 등 주변 지역과 견줘 멧돼지 출몰이 더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의정부는 산에서 내려오면 곧 바로 시가지여서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 멧돼지로 인한 사람이나 차량, 농작물 등 피해보상 조례를 내년에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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