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가 지난 11일 오후 양주소방서 야외 훈련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재연실험 시연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노트북, 휴대전화 등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의 에너지원으로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충전될 경우 화재발생 위험성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1일 양주소방서 야외 훈련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재연실험 시연회’를 열어 과충전 시 배터리 내부가 어떤 변화를 거쳐 발화하는지 전 과정을 분석, 검증했다고 12일 밝혔다.
소방본부는 이날 공인인증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 지도하는 가운데 실제 재연실험 세트장을 만들어 실물화재 재연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조건으로 자체 제작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컷오프 전압 20V, 5A의 전류를 약 3분간 흘려보내는 방식을 취했다.
실험 결과,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충전될 경우 먼저 배터리 내부 음극(?) 표면에 화학 반응성이 높은 금속리튬이 석출돼 나뭇가지 형태로 자라나고, 양극(+) 구조에서는 전지 안 전해액 분해를 일으켜 가연성 가스를 발생시키며, 결국 배터리 표면이 부풀어 올라 발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 카드뮴 배터리와 견줘 무게가 가볍고, 용량이 3배 이상 높으며, 자연방전 현상이 적은 탓에 비교적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노트북, 휴대전화뿐 아니라 전기자전거나 드론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양주소방서 야외 훈련장에서 열린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재연실험 모습.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화 실험은 이전에도 몇 차례 시도돼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이번 실험은 과충전시 배터리 내부 변화 등 발화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소방본부 쪽은 밝혔다.
실험을 맡은 고영태 소방관은 “최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미인증 급속 충전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배터리 화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급속 충전을 위해 전류를 허용기준 이상으로 공급해 화재 발생의 우려가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을 다음달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열리는 ‘전국 화재조사 심포지엄’에 출품할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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