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어진은 많이 훼손됐지만 대략의 모습을 알아 볼수 있다.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영잉군 시절의 초상화가 남아 있다. 계명대 제공
조선시대 왕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티브이 드라머에 나오는 왕들과 비슷할까? 아닐까?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이 12일부터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인 ‘어진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는 12월 24일까지 계속된다.
조선시대 어진을 보관해온 ‘신선원전’에는 모두 48점의 어진이 봉안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져내려온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옮겨진 어진은 화재로 대부분 불에 타고 7점만 보존돼있다. 그마저도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어진이 많다.
계명대 행소박물관은 어진 7점 가운데 보존처리 문제로 제외된 영조 어진을 제외한 6점을 선보인다. 전시되는 어진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어진, 인조의 아버지이며, 나중에 왕으로 추존된 원종 어진,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영잉군 시절의 어진, 헌종이 즉위한 뒤 왕으로 추존된 익종 어진, 철종어진, 순종 어진 등이다. 따로 전시 중인 고종 어진은 사진을 보고 그렸기 때문에 어진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진은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살아계신 국왕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린 ‘도사’로 영잉군, 익종 어진, 철종 어진이 이런 방법으로 그려졌다. 두번째는 왕이 살아계실 때 어진이 없는 경우, 얼굴을 아는 이들의 기억에 의존해 그린 ‘추사’이다. 세번째는 기존의 어진이 훼손되거나 전각에 추가로 봉안해야 할 때 기존 어진을 바탕으로 또 한 본의 어진을 제작하는 ‘모사’가 있다. 모사로 제작한 어진은 태조어진, 원종 어진, 순종 어진 등이다.
어진 진시와 함께 어진을 새롭게 묘사한 과정을 기록해놓은 ‘숙종영정 모사도감의궤’, 의례를 올릴 때 사용하던 ‘동제도금향로’ ‘동제흑칠향로’ 등 다양한 유물 80여점도 선을 보인다. 지금까지 어진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해왔다. 김권구 계명대 행소박물관장은 “왕의 어진이 지역에서 전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역대 임금들의 모습을 담아낸 소중한 문화유산이 불과 몇점 남지 않아 안타깝다.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기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계명대 행소박물관은 이달 중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11월부터는 매주 일요일에만 휴관한다.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053)580-6993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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