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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 지원에 건물 무상임대까지…구미시와 한국노총 무슨 관계?

등록 2016-10-13 13:00수정 2016-10-13 21:53

구미시,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특혜 지원 의혹
매년 23억 ‘위탁금’에 22년간 건물 무상 임대
구미지부, 지방선거 때 현 시장인 남유진 후보 지지
구미시가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구미 공단동의 3층 건물. 구미참여연대 제공
구미시가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구미 공단동의 3층 건물. 구미참여연대 제공
경북 구미시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구미지부에 해마다 23억여원을 보조금에 비해 사용 규제가 약한 위탁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법이라는 정부합동감사 지적도 무시한 채 3층 건물을 22년째 무상임대해 특혜를 베푼 사실도 밝혀졌다. 한국노총 구미지부는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남유진 현 구미시장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구미참여연대가 구미시에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 13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구미시는 올해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8개 교육·행사·시설운영 위탁사업을 맡기며 모두 23억6800만원의 위탁금을 지급했다. 1개 행사에 3000만원의 보조금도 줬다.

문제는 사업 성격과 다르게 거의 대부분의 돈을 보조금이 아닌 위탁금으로 준다는 점이다. 위탁금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업무를 민간에 맡길 때 그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고, 보조금은 민간에서 자체 추진하는 사업을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돈이다. 통상 보조금은 위탁금에 비해 사용 용도에 제한이 많고 집행 뒤 처리절차가 까다롭다.

구미시는 ‘노동단체 대표자 노동문화 교육’, ‘노동절 경축음악회’, ‘노사민정 한마음가족 등반대회’ 등 한국노총 구미지부 자체 행사 성격의 사업조차 위탁금을 주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민간단체 행사에 위탁금이 아닌 보조금을 준다.

구미시가 1995년부터 공단동에 있는 시 소유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무상임대해온 것도 불법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2014년 정부합동감사에서 ”공개모집 선정을 하지 않고, 평가나 산출근거도 없이 건물을 무상 위탁계약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며 구미시에 주의를 줬다. 구미시는 이를 무시한 채 한국노총 구미지부가 건물을 계속 공짜로 사용하게 했다.

구미시가 애초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건물을 무상임대한 명목은 이 건물 1층에 있는 노동자 대상 구판장(할인마트) 운영을 위탁하면서다. 구미시는 95년에 ‘구미시 근로자 대형 구판장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만들면서 구판장 시설을 아예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위탁 운영한다고 못박아놨다. 이마저도 탈법이라는 비판이 인다.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12조에는 행정기관이 민간에 위탁을 줄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개모집 하도록 규정돼 있다.

더욱이 이 건물 1층은 구판장 간판만 걸려있을 뿐 현재 영업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구판장은 오래 전부터 유명무실 한 상태에서 올해 1월 아예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의 나머지 공간 사용도 문제가 있다. 구미시는 애초 이 건물을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맡길 때 구판장과 노동자단체 사무실, 휴게실 등으로 사용 용도를 제한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구미지부는 2층과 3층을 사무실로 쓰면서 2층 한 쪽 공간을 김인배 구미시의원 사무실로 내어줬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 구미지부 의장을 지낸 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지난 12일 사무실을 비웠다.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한국노총 구미지부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구미시가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특혜성 사업을 몰아주기 위해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위탁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미시 노동복지과 관계자는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조례 등에 근거해 노동자들을 위한 공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구미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많아 그 쪽과 하는 사업이 많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합동감사 결과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선 “당시 합동감사 결과가 나올 때쯤 건물 위탁계약 연장이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불가피하게 재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구미시(인구 41만여명)의 전체 노동자 수는 11만여명인데, 3만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한국노총 조합원은 2만5000여명, 민주노총 조합원이 500여명이다. 나머지는 상급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구미지부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의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을 공개 지지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구미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 장석춘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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