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었어요.”
전화선 너머 소현섭(30·사진)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소씨는 13일 밤 10명의 사망자를 낸 울산 관광버스 참사 현장에서 부상자 4명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곤 조용히 사라졌다. ‘의인찾기’에 나선 배경이다. 소씨는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묵호고에서 윤리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다.
소씨는 13일 수업을 마치고 이튿날 연가를 낸 채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던 길에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멈춰 선 사고 버스는 불이 붙어 폭발음까지 들렸다. 버스 주위에는 연기를 마신 부상자들이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고, 1명은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어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버스 앞쪽에 차를 세우고 부상자들에게 달려간 소씨는 상처를 입고 연기를 마신 부상자 4명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선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자신의 직업만 밝히고 자리를 떴다. 소씨는 “참혹한 현장을 봤으면 누구라도 자신처럼 부상자를 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임해 올해로 교사 경력 2년째인 소현섭씨는 어머니 생신과 아버지 환갑을 겸해 거제도로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연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씨는 학교에선 일반적으로 ‘학생부’로 불리는 학생 인권지원부 소속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묵호고 관계자는 “혹시 응급환자가 잘못되면 손해배상이라도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인데 직접 구조에 나선 소 교사가 자랑스럽다. 평소에도 아침 일찍 출근해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하고 주말에도 시간이 날 때 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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