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18일 오전 경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에게 사드 배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김관용(74) 경북도지사가 주민들에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성주 배치 수용을 촉구하자 김천과 성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의원이 대부분인 김천시의회도 김 지사와 경북도를 공식 비판했다.
대구·경북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사드 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상임대표 김찬수)는 19일 오전 논평을 내어 “지역민의 요구와 여론을 왜곡하고 분열에 앞장서온 김 도지사는 사드 배치 수용 의사를 밝힐 자격이 없다. 성주와 김천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오전 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주와 김천 주민들에게 사드 배치를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나라의 안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방어체계인 사드를 대안없이 반대하는 일은 국가 안보에 상처만 입힐 뿐이다. 우리 경북이 역사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저녁 ‘사드 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이명재·김종경·최용정·박희주·김대성)는 김천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열어 김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천시민대책위는 “도지사 김관용은 도민의 고통은 헤아리지 않고 오직 정권의 심기만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중요한 시기마다 사드 배치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그의 언행을 더는 보고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도 주민들은 김 지사를 비판했다. ‘사드 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56) 위원장은 “성주 주민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데 촛불집회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도지사가 사드 배치를 수용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주민들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도지사 혼자 독단적으로 말한 것이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경북도는 지난 18일 김 지사의 기자회견문 초안에 김천시장, 성주군수, 성주군의원, 김천시의원 등의 이름을 동의도 없이 넣었다가 뒤늦게 모두 뺐다. 전체 의원 17명 가운데 13명이 새누리당 소속인 김천시의회(의장 배낙호)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어 “어떤 설명도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김천시의회가 동의한 것처럼 보도됐다”며 경북도를 비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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